이 책은 작가가 10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쓴 단편소설집이다. 월급을 받아 소설책을 사고, 문예지를 구독하고, 유료강좌를 들으러 다녔다. 때로는 연차나 반차를 내고 소설을 썼다고 한다. 같은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본받을 만하다. 8개의 단편소설이 실렸는데 놓칠 게 없다. 지하철에서 한 챕터씩 읽었는데 쉽게 읽힌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잘 살겠습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도움의 손길>, <탐페레 공항>,<백한번째 이력서와 첫번째 출근글> 이다. 캐릭터들은 특별히 눈에 띄는 히어로들이 아니며 매우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야기들이 현실적이다.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원을 내야 오만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이천원을 내면 만이천원짜리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잘 살겠습니다>
주는 만큼 돌려주는 자본주의 사회는 장류진 소설에 구축되어 있는 세계다.
연봉이 다른 성차별이 존재하는 회사 구조에 입사 동기와 결혼한 여성 직장인의 이야기 <잘 살겠습니다> 매니저로 일하며 처음으로 집을 마련한 기혼 여성이 가사 도우미를 써야 하나 고민을 하는 <도움의 손길>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가장 따뜻한 이야기는 <탐페레 공항> 이다. 졸업학기를 앞두고 3개월 동안 더블린으로 워킹홀리데이를 가는 다큐멘터리 피디 지망생에 대한 이야기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해외연수 대신에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한다. 그런데 경유한 탐페레 공항에서 핀란드 노인을 만난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방송국 신입 피디 공채에 줄줄이 낙방한다. 그리고 식품회사 회계팀에 입사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서랍에서 발견한 핀란드 노인의 사진과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답장을 쓴다. Dear. 가 이 소설집의 마지막 문장이다. 이 소설집에서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일의 기쁨과 슬픔'. 일의 기쁨이 나에겐 무엇일까? 일에 대한 성취, 동료와의 차 한잔을 하며 떠는 수다, 동료가 프로젝트에 인볼브해서 든든하다고 얘기해줄때, 후배가 배울점이 많다고 얘기해줄때, 협력사들이 프로젝트에 없으면 안 된다고 얘기해줄때… 어떻게 보면 일보다는 사람과 관련된 일이 나에겐 일의 기쁨이다. 그런데 일의 슬픔은 무엇일까? 이것도 개인마다 너무나도 다를 것 같다.
책에 이런 문장이 있다.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내가 하는 일이 초라하다고 여겨질 때였다."
장류진, <일의 기쁨과 슬픔> 206p. 성과가 나지 않았을때보다 자신이 하는 일이 초라하게 느껴져 슬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건 자존감과도 관련된 것이다.어떤 개념이 절실할때는 그 개념이 위협받고 있을때다.자존감이 위협받으니까 많이 쓴다. 그런데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좋은 단어는 아닌 것 같다. 자기를 높이려는 감정이 우리를 피곤하게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드리는게 중요하다.나를 기쁘게 하는게 무엇인지. 그걸 실천하려고 하면 자존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높여야 한다고 하면 오히려 멀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가치는 성취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