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NCA ; You Never Crossfit Alone
크로스핏을 시작한 뒤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함께 읽는 모임 친구들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신조어가 하나 있다. '학연, 지연, 혈연, 크로스핏연'이라는 문장이다. 학연-지연-혈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판받는 관습 중 하나인데 이 관습에 크로스핏이 더해진 것이다. 거츠 팔찌를 받은 이후 팔찌를 365일 차고 다니며 크로스핏 거츠에 대한 애정을 매일 겉으로 드러내는 것은 물론이고, 대화 중 어쩌다 운동 얘기가 시작되면 늘 크로스핏과 크로스핏을 함께하는 누님-형님-친구들 찬양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로스핏을 모르는 친구들에게 몇 시간이고 며칠을 크로스핏 얘기를 들려주어도 그들은 여전히 크로스핏이 무슨 운동인지 의문만 한가득이다. 비단 그들뿐만 아니라 내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크로스핏이 무슨 운동인지 모른다. 그렇다. 크로스피터로써 자존심 상하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크로스핏은 대중에게 정말 인지도 없는 운동이다. 크로스핏 용어를 모르는 것은 물론이고, 크로스핏이 어떤 운동인지 크로스핏 자체를 처음 들어본 이들도 다수이다. (축구의 코너킥은 알아도 크로스핏의 클린은 모르는 차이?)
크로스피터로써 크로스핏은 세계 각국 어디에도-어디에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고, 언어가 달라도 빽판(그날의 WOD와 타임 캡 그리고 그날의 참여자가 적힌 칠판) 하나로 함께 땀 흘리며 몸을 비비며 마음이 통하는 절친이 될 수 있는 운동이라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자부심은 우리들만의 운동, 우리들만에 리그의 갇힌,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운동임을 자위하기 위해 만든 핑계임에 불구한 것이다.
크로스핏이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크로스핏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직관적인 대답이 무엇일까? 크로스핏 종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고민한다. 고민하고 수많은 대답을 해봤지만 여전히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크로스핏에 대한 큰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고, 그 오해와 편견 때문에 크로스핏에 쉽게 다가가지 못한 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알게 됐다. 더불어 정말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크로스핏에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그 오해와 편견의 시발점이 대부분 크로스피터들이라는 것이다.
나 역시 크로스핏 초창기에 크로스핏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친구들에게 생산-유포했다. 우선 크로스핏이 무슨 운동이냐는 질문에 생각 없이 허세만 잔뜩 더해 "굉장히 힘든 운동이야 개 빡세 아무나 못해, 근데 그걸 내가 매일 하고 있어"라는 대답을 했다. 대답을 들은 친구들 머리에 크로스핏은 그냥 굉장히 힘든 운동, 개 힘든 운동, 아무나 못하는 운동 그러니까 접근성이 좋지 못한 운동으로 주입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크로스핏이 무슨 운동인지 설명은 못해도 몸으로 알게 된 이후 대답은 바꾸기는 했다.
"크로스핏은 운동 중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당할 수 있는 부상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몸을 만들어 주는 운동이야. 너의 몸 상태가 어떠하든 너의 몸 상태에 맞는 다양한 운동을 부상 없이 함께 즐길 수 있어."
더불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크로스핏 영상을 틀고 보여준다. 얼마 전 이 영상을 보여주는 행위도 크로스핏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유포하는 행위임을 깨달았다. 하여튼 내가 틀어준 크로스핏 영상을 본 이들의 첫 반응은 '우! 와!~'이지만 그 '우와'는 이거 꼭 하고 싶다는 '동경심' 같은 마음의 우와가 아니라 이걸 내가 어떻게 해라는 '경외심' 같은 마음의 '우와'였다. 그러니까, "우와~~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가 아니라 "이걸 사람이 어떻게 해? 하다 다치고 죽는 거 아니야?"라는 것이다.
이도 이럴 것이 대부분 크로스피터들이 크로스핏을 소개하기 위해 보여주는 영상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무게로 크로스핏을 수행하는 그러니까 딱 봐도 무거워 보이고 위험에 보이는 도구로 크로스핏을 수행하는 크로스핏 프로들의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영상을 골라 보여준 이유는 멋짐이란 것이 폭발하는 크로스핏 영상을 본 이들이 크로스핏에 동경심을 가지고 크로스핏에 한 발짝 다가올 것이라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 판단은 오판이었고, 오히려 그 영상은 크로스핏에 '경외심'을 유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크로스핏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크로스핏 완성체인 프로 크로스피터들이 운동하는 영상이 아닌, 나와 같은 쪼렙 크로스피터들이 코치님들이 지도해준 수준에 맞춰 다 같이 으쌰 으쌰 파이팅을 외치며 운동하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려 한다. 뭐 영상을 찾지 못하면 만들면 될 것이다. :) 그래서 새로운 크로스핏 소개 영상을 기획하고 있다. 콘셉트는 'You Never Crossfit Alone'이고 시나리오와 스토리북을 만들고 크로스핏 거츠 사람들에게 또 한 번 부탁을 해야겠다. 와 신난다! 재밌다! :);;;; 할 일이 계속 생기지만, 어쨌든 이런 뭔가를 계속 시도하고자 하는 긍정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것도 크로스핏의 영향임에 분명한 것 같다. 그러니 더 많은 사람들이 크로스핏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크로스핏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 최고의 운동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더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주는 운동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크로스핏 연으로 건강하게 똘똘 뭉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