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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Jun 10. 2019

일간 크로스핏 : Station 2.

아쉬운 마음 ; 운동 두번하기

가끔 2가지 운동 station이 혼합된  WOD를 수행해야 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이면 station1과 staion2가 어떤 구성으로 혼합되든 wod가 끝나면 미치겠고 죽을 것 같은 건 마찬가지지만, 늘 같은 마음으로 Wod를 시작하고 수행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선호하는 운동으로 구성된 각기 다른 station 일 때, 운동 컨디션이 바짝 섰을 때 station1, 2를 연달아 활기차게 수행한다. 박스에 울려 퍼지는 노래에 리듬을 맞춰 춤을 추면서 말이다. 마치 station1 만 있었으면 서운했을 뻔한 태도로 말이다. 이런 날은 너무 컨디션이 좋은 나머지 station 2가 없이 단독 Wod만 있을 때면 굳이 staion2로 수행할 운동을 만들어서 한다. 운동이 끝나면 평소보다 만족감이 두 배로 찾아온다. 더불어 입 다이어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날 만큼은 당당하게 피자와 치킨을 아니면 비빔면에 삼겹살을 먹어고 양심에 찔리지 않는다. 



반대로 내가 싫어하는 운동으로만 구성된 각기 다른 station이 있을 때, 운동 컨디션이 최악일 때는 station1이 끝나기도 전에 그러니까 운동을 하면서 '내 돈 내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하고 있지'하는 생각이 몰려온다. station1이 끝나고 station 2를 준비하는 짧은 쉬는 시간에도 그냥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오고, 그 쉬는 시간 역시 누구보다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마치 군 입대 이후 처음 만끽했던 휴가처럼 말이다. 그렇게 기-인 Wod가 끝나면 운동을 억지로 한 탓에 운동이 아닌 노동을 한 것 같은 육체피로와 약간의 스트레스가 가중돼서 찾아온다. '아씨, 어깨 아파', '아씨, 허리 아파' 등등등... 이렇게 생긴 육체피로와 스트레스는 식탐을 활성화시키고 머릿속에는 식단에서 한참 벗어난 음식물들이 잔뜩 생각난다. 


'아 너무 힘들어 맛있는 거 먹어야겠다.'


 

그리고 때로는 두 가지 기분이 모두 공존하는 날도 찾아온다. station 1,2 중 한 스테이션에만 내가 좋아하는 운동들로 구성돼 있고 다른 station은 내가 혐오하는 운동들로 구성된 Wod이다. 이렇게 구성된 Wod가 적힌 빽판()을 볼 때면 치킨에 딸기맛, 멜론 맛, 바나나맛을 뿌려버린 신호등 치킨이 생각난다.  '이 무슨 다 된 치킨에 과일 뿌려버린 신호등 치킨 같은 WOD 인가....' 내 아무리 치킨과 과일에 환장하지만 둘을 섞어놓은 건 용납할 수 없듯, 철봉운동에 월볼을 섞어버리는 건 정말 싫다.   



여러 개의 station으로 구성된 Wod와 마찬가지로 회식 역시 언제나 두 가지 혹은 그 이상의 station으로 구성돼있다. 그리고 첫 번째 station 그러니까 1차 회식이 끝나려는 말미에는 언제나 설레고 흥분되는 목소리의 질문이 찾아온다 station 2로 향하는, 2차로 향하는 질문이다. 


"2차 안 갈 사람" 


회사 회식 때면 언제나 손을 번쩍 들어 staion2를 그러니까 2차를 수행하지 않고 집으로 가겠음을 표현한다. 그리고 그럴 때면 2가지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들을 볼 수 있다. 첫 번째 시선은 부러움이고 두 번째 시선은 분노와 원망이다. 첫 번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 나와 함께 손을 번쩍 들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무래도 그들은 나와 달리 회사와 조직에 아쉬움과-미련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 들의 시선 볼 때면 한 가지 큰 바람이 생겨난다. 회사와 조직에 아쉬움과 미련이 많은 이들도 눈치 보지 않고 2차를 혹은 그 어떤 부당하고 불편한 지시와 무언의 압력에서 언제나 자유롭게 거부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두 번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조직과 회사 분위기를 망치는 미꾸라지 같은 놈이라고 보내는 시선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말한 것처럼 내 행동을 보고 용기를 내서 나와 함께 자리를 이탈하는 이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그런 그들은 나를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사회성이 부족하다라, 어쩌면 그들의 평가가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조직에 섞여 사회를 구성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덧붙여 사람은 하고 싶은 대로만 살 수 없다고 고집을 꺾어야 한다는 나를 위한다는 이상한 잔소리도 접어 두기를 바란다. 1차 회식도 하기 싫었으니까.



회사 회식과 반대로 1차 회식 2차 회식이고 연장되는 회식을 체력과 여건 그리고 시간이 될 때까지 쭈-욱 계속하고 싶은 회식도 있다.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는 이들과의 회식 자리일 때이다. 하지만 언제나 시간이란 놈은 기다려주지 않고 미친 듯 출근일을 향해 달려간다. 또 1시만 넘으면 재워달라고 약하디 약한 체력은 나를 향해 소리 질러대니 1차, 2차, 3차,,,를 막힘없이 달릴 수 있는 그런 날이 흔치 않다. 술자리에서 언제나 먼저 잠드는 약하디 약한 체력의 원인은 술을 잘 먹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먹지 않아도 함께 하고 싶은 이들과 술 먹은 듯 연속되는 회식을 즐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싶다.  



가장 최근에는 거츠 4주년을 기념한 회식이 있었다. 그날 회식 자리를 함께한 이들은 1차로 끝내기 너무 아쉬운 사람들이었고 이제 막 그들과 제대로 친해질 수 있는 그런 기회라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은 거츠 4주년 이상으로 중요한 미한과 2주년이었다. 때문에 1차 회식 말미에 머릿속에서는 수십 명-수백 명의 명구들이 2차 참석 여부에 대한 대-토론을 했다. 이틀 연속 밤샘 작업에 이어진 산행으로 몰려온 피곤함 그로 인한 컨디션 조절 실패로 2주년을 망칠 수 없다는 판단과 좋은 사람들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는, 더 친해지고 싶다는 소망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었다. 결국 전자를 선택했고 station 1 그러니까 1차 회식을 끝으로 집으로 향했다. 홀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고 그만큼 너무 아쉬운 자리였다. 언제나 Wod를 잘 만드는 우리 거츠 코치님들은  Wod 만들 듯 이런 자리를 또 마련해 줄 것임에 분명하다. 그때는 아쉬움 없이 그러니까 체력이 다할 때까지 달려보리라. 물론 나는 알코올 쓰레기라 술은 먹지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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