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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구 May 08. 2019

일간 크로스핏 : 혐오 사회

Wall ball shot을 대하는 법.

'혐오 ; 싫어하고 미워함'. 혐오 사회, 여혐, 남혐 등등 혐오라는 단어는 굉장히 자극적이고 논란이 들끓는 논쟁의 단어이다. 논쟁의 단어지만 내가 쓰는 일간 크로스핏에서는 그런 논쟁 가득한 단어로 쓸 일이 없을 것이다.  근데 왜 혐오라는 단어로 글이 시작되냐 물을 수 있다. 이 질문에 내 대답은 이렇다. 


"크로스핏에는 수많은 운동 동작들이 있고 그 동작들 중 혐오스러운 운동들이 있다. 그중 가장 혐오하는 운동이 오늘의 주제기 때문에 혐오로 시작한 것이다." 



크로스핏은 역도 운동-맨몸 운동-기구운동 등등 정말 다양한 운동 동작들이 하나의 조합(WOD)으로 만들어져 실시되는 운동이다. 때문에 그  동작 중에는 싫어하는 동작도 - 좋아하는 동작도 - 기피하는 동작도 -혐오하는 동작이 있다. 그 좋고 싫음의 기준은 아무래도 잘하는 운동과(다른 동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하지 못하는 운동으로 나뉠 것이다. 때문에 편식 없이 골고루 잘하는 게 크로스핏에서 가장 베스트다. 하지만 나는 그런 베스트 크로스피터가 아니다. 운동 동작에 굉장한 편식이 있어(가지나물과 패류(조개류)에 혀끝도 안 되는 수준의 편식이다) 운동 동작별 운동능력 차이가 극심해 운동별 호불호가 분명하다.   



그런 내가 가지무침과 패류 편식하듯 편식하는 운동 중 가장 혐오하는 운동은 'Wall ball shot'이다. Wall ball shot을 혐오하는 이유 중 첫 번째는 팔다리 짧은 내게 너무나 가혹한 운동이기 때문이다. 팔다리 쭉 뻗는 것도 모자라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서 점프해도 닿지 않는 엄청난 높이에, 체감상 쌀 한 가마 되는 돌덩이를 집어던져야 한다. 그것도 정! 확! 하게. 그렇다 정확하게 던지기 위해 목을 계속 추켜올려 세우고 있어야 한다. 가만히 고개만 치켜세우고 있어도 목이 아픈데 그 자세로 계속 돌덩이를 받았다 던지는 운동이라니 정말 혐오스럽지 않은가? (태생이 난쟁이라 올려다볼 사람들도 넘치는데 운동할 때까지 그래야 하다니 억울하다 정말) 첫 번째 이유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혐오스럽기에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오조 오백 번째 이유는 생략하도록 한다. 



근데 그 혐오하는 'Wall ball shot'을 글의 주제로 가지고 왔냐면 - 오늘 그 혐오스러운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Wall ball shot만 한건 아니다. 오늘의 WOD 동작 중 Wall ball shot이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Wall ball shot 하나가 첨가됐을 뿐인데 오늘의 WOD 자체가 혐오스러웠다. 아뿔싸 - 게다가 머릿속에는 Wall ball shot 생각뿐이다. 


"왜 Wall ball shot이야?" 

"아니 Wall ball shot 은 왜 있는 거야?"

"Wall ball shot 없었으면 좋겠다."

"Wall ball shot을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

"Wall ball shot 잘하는 사람 부럽다."

"어깨만 좋았어도 Wall ball shot 잘했을 텐데"

"팔다리만 길었어도 Wall ball shot은 껌인데"


등등등..


아니 이건, 혐오를 가장한 Wall ball shot 짝사랑이었나? 혐오와 사랑은 그 방식과 표현만 달랐지 집착하는 경향은 똑같은 것 같다.  Wall ball shot이 그렇게 싫었으면 적당히 적당히 하고 다른 운동에 최선을 다하며 즐기면 됐었다. 근데 Wall ball shot에 집착하느라 그것에 함몰되고 시아가 가려져, Wall ball shot 원망과 탓만 하느라 다른 운동에 집중하지 못해 WOD 자체를 그르쳐 버린 것이다.  



나를 포함한 다수의 사람들이 사람 관계 사회관계를 형성하고 대하는 방식도 그런 것 같다.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고 모든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 가장 베스트다. 하지만 우리는 석가도 예수도 아니기 때문에 혐오하는 사람 - 혐오하는 단체 - 혐오하는 무엇 등등이 있다. 그리고 간혹 그것에 함몰되고 시아가 좁아져 그것만 좇는 모습을 보인다. 자기 자신 그리고 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것까지 잃어가며 말이다. 더욱이 자기 눈앞에서 혐오하는 그것과 사건이 나타나고 발생하기를 바라는 듯이 말이다.



일례로 지난 19대 대선 때를 생각해보자. 현 문재인 대통령을 싫어하는 혹은 혐오한다는 다른 정당인과 다른 정당인의 지지자들 그리고 그들의 스피커 역할을 해주는 언론매체들이 그랬다. 그렇게 싫다면서 그들 모두 하나같이 자기 어필 없이 타인 혐오인 문 모닝으로 아침을 시작했다.(아직도 그런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리고 그들뿐만 아니라 사회에 여기저기서 악영향을 끼치는 여러 이익집단들 역시 그러한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구체적으로 여러 가지가 막 있는데 -- 후, 이곳은 일간 크로스핏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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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나 역시 싫어하는 것 혐오하는 것에 함몰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한 노오오력을 해야겠다. 세상에 좋아해야 할 것- 사랑해야 할 것 - 귀여운 것 - 재밌는 것 - 해야 할 것 천지인데 혐오하는 것에 함몰될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게다가 '자기 어필' 시대인 지금 자기 어필할 시간도 부족한데 - '타인 혐오 어필'이라니 차암 그렇다. 또 길을 잃을뻔했지만 -  그러니까 굳이 하기 싫고 혐오하는 Wall ball shot에만 함몰되기에 크로스핏에는 아주 매력적인 동작과 WOD들이 넘쳐난다는 얘기다. 그러니 혐오하는 Wall ball shot 생각은 오늘까지만 하고- 그 시간만큼 내가 좋아하는 -잘하고 싶은 운동에 더 집중하며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그럼 이제 다시 철봉이나 코어 운동만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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