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에 용기를 준 철학자 TOP3 (3)
어떤 손절은 서로에게 좋은 손절인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분노와 상처 속에서 손절을 진행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또 건강한 손절을 통과하려면 양쪽의 필요나 성숙함도 필요하지만 그 결괏값은 상처 없이 서로를 존중하는 좋은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이 경우에는 관계를 건강하게 맺고 끊을 수 있는 상상력을 주기도 합니다. 건강한 손절은 상대방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깊은 성찰과 치유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건강한 손절을 통해 우리는 나와 타자의 다름을 더 명확히 이해하고, 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상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찬찬히 과거를 돌아다보면 아뿔싸... 양쪽 중 완벽하게 누군가 잘못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또한 오히려 건강하게 손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날 때도 있고요. 수많은 손절을 거듭하며 얻은 결론은 “어떤 손절은 나와 당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다”라는 관점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손절을 시도할 때는 ‘네가 틀렸기 때문’ 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로를 위해서’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가 너무 맞지 않아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너무 필요해서 거리를 두는 거지요. 어쩌면 연인들이 한 번쯤 시간을 두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 같습니다.
그러므로 환대에 대해 누구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레비나스이지만 오히려 저는 레비나스를 읽으며 어느 상황에서는 서로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에 대한 환대이자 존중이라고 느꼈습니다. 레비나스를 통해 건강하고 좋은 손절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서로를 지키는 손절
레비나스가 말한 환대는 단순히 타자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레비나스의 환대는 타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그들의 자유와 독립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 같습니다. 환대란 나의 방식이나 틀 안에 타자를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 다름을 침해하지 않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거리를 두거나, 이야기를 듣거나, 적정한 감정을 유지하는 것도 다름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관계 속에서 다름이 크게 느껴지거나, 서로의 선을 침범하는 순간들이 찾아옵니다. 이럴 때 무리하게 관계를 지속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타자를 억압하거나 나를 소진시키는 결과가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소진된 서로를 보며 마음 아파하거나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을까?’ 묻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서로를 위한 환대와 존중이란, 때로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서 시작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정말 맞지 않는다면 손절은 이 적절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나와 타자 모두가 스스로의 자유와 취향, 주체성을 지킬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건강한 헤어짐과 손절은 나와 타자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새로운 방식의 관계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레비나스가 말한 환대란 무조건적인 관계의 유지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타자를 존중하고, 때로는 거리를 두며 서로를 지켜주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므로 어떤 손절은 나와 당신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식일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갈라섬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서로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깔끔하게 멀어지는 건강한 헤어짐을 저는 나름대로 경험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수많은 설득을 진행했고, 상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어느 정도 고수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의 의견을 어느 정도 이해했을 때 가능했습니다.
이 경우 서로는 ‘갈라섬’이라는 선택을 환대해 준 것 같아요. 관계가 리소스가 되고 자본이 되는 시대에 암묵적으로 잘 헤어진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에서 서로는 나름대로 각자의 길을 가며 잘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헤어짐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모든 관계가 완벽할 수는 없고, 어떤 관계는 서로를 위해 멀어지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를 놓치지 않는다면, 손절은 더 이상 고통스러운 단절이 아니라, 아름다운 환대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서로를 지키는 좋은 의미의 헤어짐과 주체적인 관계의 행복이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시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