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에게 맛집 추천이 어려운 사회
미국에서 오랜 시간 살다 온 친구가 물었다.
“왜 한국에선 상사에게 맛집 추천을 하고 맛이 없다고 하면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약간의 혼란이 왔다. 맥락은 이러했다. 각자 생각하는 '맛집'이 다를 수 있는데, 왜 추천해 준 맛집이 맛있지 않으면 미안하다고 해야 하냐는 거다. 나는 아차 싶었다. 수직적 권력에선 맛집 추천조차 어려운 사회. 맛집이 맘에 안 들면 ‘미안하다’라고 하는 사회.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이 ‘정답’이 되는 사회. 나는 여기 살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름대로 정리한 생각은 다음과 같다.
1_ 힘이 센 사람의 목소리가 정답이 된다.
2_ 정답이 된 경우, 나머지 목소리는 희생 혹은 오답이 되는 게 당연하다.
3_ 이에 반발한 경우 ‘눈치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정말 답답한 상태가 아닐 수 없다. 이 자체도 문제지만 내가 주목하는 건 효과다.
여기서 난 고전적이지만 프로이트를 불러와본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억눌린 것은 회귀한다"
내가 말하는 '억눌린 것'은 '자신의 의견' 혹은 '목소리를 낼 자유'에 초점을 맞춘다.
앞서 말했듯이 한 사람의 의견이 정답이 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은 오답이 되거나, 낼 수 없거나, 미안해야 할 의견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징벌이나 평가의 힘이 강할수록 의견을 내기 힘들다. 즉 여기서 억눌린 건 개인의 의견이다.
나는 억눌린 것이 나타나는 현상을 여섯 가지로 이렇게 분류한다.
1_ 비난받지 않으려 힘이 센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2_ 침묵하고 힘을 따른다
3_ 그럼에도 자신의 의견을 가진다. (침묵한 상태로)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약간의 비극이 발생한다.
4_ 힘이 쏀 사람이 되어 개인 의견을 낸 사람을 비난한다.
5_ 힘이 센 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을 비난한다.
6_ 힘이 센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한다.
모든 자기 계발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자신을 증명하고, 자유를 얻고 싶고, ‘나다워’ 지려는 움직임의 근원적인 동기가 4,5,6번에 의해 생기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3번인, 자신의 의견을 잘 눌러놓는 사람들은 예술, 책 읽기, 가족 등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를 표현하고 밖으로 표출한다. 하지만 여기서 '왜 따르지 않는가'에 대해 비난하거나 힐난하는 사람들은 이들을 공격한다.
여기서 자신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에너지를 양쪽으로 쓴다. 자신의 의견을 잘 눌러놓는 한 편, 비난에 대해 증명하거나 맞서야 한다. 자신의 의견이 꼿꼿하여 앞으로 나가는 이들은 이를 잘 버티곤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을 존중하는 사람이거나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다. 이들은 에너지를 양쪽으로 쓰기 시작한다.
이에 질려 자신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이런 욕망을 갖게 된다. 이 시스템을 벗어나는 욕망이다.
즉
1_ 완전 그 판을 떠나 자영업을 하거나
2_ 아니면 경제적 자유를 얻거나,
3_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곳으로 이민을 간다거나
4_ 그럴 힘이나 희망이 없다면 세상을 떠나거나
그전까지, 비난을 일삼는 사람과 비난을 견뎌야 하는 사람의 비극은 계속된다.
쟤는 왜 외모도 안되는데 연애해? , 쟤는 왜 나대? 라든가, 쟤는 왜 자기 의견 똑똑히 말해? 라든가
지만 잘났어? 하며 타인을 깎아내리는 자신을 권력자와 동일시하는 태도 등이 이와 같다.
여기서 비난하던 자가 목소리가 커지거나, 아니면 '목소리 큰 사람이 정답이 되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목소리가 커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시스템은 여전히 동일하고, 문제는 동일하게 반복된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나다움’은 퇴사, 번아웃, 상사, 사이다 등 '벗어남'이라는 표현과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는 곧 벗어남이라는 키워드와 가깝다. 자신의 비만인 상태를 사랑하고, 자신의 성적지향을 사랑하고, 자신의 인종이나 피부색을 사랑하라는 키워드와는 꽤 거리가 멀다.
즉, 한국 사회의 저항의 키워드는 곧 기존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최소한 서로 총질은 하지 말자고. 기존 힘 센 사람의 목소리에 몸이 얼어 침묵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1_ 내가 힘이 강한 사람이 됐을 때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2_ 옆에서 의견을 내는, '내 생각'을 말하는 사원이나 친구에게 어느 정도 여유는 가져보며 3_ 가장 중요하게, 자신의 의견을 항상 존중해 주자고 당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