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는 비용의 문제로 내가 직접 디렉팅을 했었다. 빌트인 가구 제작, 조명, 싱크대, 욕실 등의 인테리어여서 홈스타일링에 가깝기는 했지만 말이다. <공간>을 좋아하는 정도가 넘쳐 결국 끝판왕인 <건축>을 하게 되었지만, 인테리어 비전문가였고 인테리어 공사 경험도 전무했다. 게다가 집은 면적에 제약이 많고 독특한 구조였다. 집을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지 수없이 많은 고민을 했었다. 탄탄한 내공과 뛰어난 미감으로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이 집을 다시 맡긴다면 이 집이 다시 한번 아름답게 바뀔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비전문가인 나의 고민과 미감으로 인테리어를 했기 때문에 색다른 느낌의 집이 탄생한 것 같기도 하다.
인테리어를 할 때 처음부터 계획했다가 비용문제로 1순위로 삭제했던 아이템은 <사다리가 달린 5미터 높이의 책장>이다. 책을 너무 사랑했고, 아이에게도 빠져나올 수 없는 책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어서 집의 중심인 거실에 높은 책장을 놓고 싶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높이에 사다리까지 설계하면 그 자체로 압도적인 의미를 집에 풍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공사비는 계속 증액이 되어갔고, 결국 제작비용이 큰 책장이 가장 먼저 삭제되었다.
신혼 때 샀던 자잘한(그리고 필요 없는) 물건들과 한 방의 벽면을 모두 빼곡히 차지하고 있던 책들은 공사 전에 모두 처분했었다. 남편의 학업 때문에 잠깐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 제대로 된 살림이나 가구 없이 생활하면서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에 빠졌기 때문이다. 결혼 전 궁색한 자취생활에 대한 보상처럼 많은 물건들을 샀지만 결국 여전히 쓰임새가 단단하지 못하고 궁색한 물건들을 사서 집에 채워놓았다. 책 또한 내 지식의 외형적인 양을 보여주듯이 많이 구입했던 것 같다. 책은 집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책이 많은 집을 동경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의 의도는 불순했고 그 당시 잦은 이사와 작은 집들에는 내 욕망이 만들어낸 무거운 짐일 뿐이었다. 하지만 미국 생활에서 어쩔 수 없이 경험했던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은 물건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꾸게 했다.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나의 삶이 더 나아지거나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한 물건들 때문에 삶이 더 피곤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 집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대형 캐리어 두 개와 다섯 박스 정도의 짐만 가지고 들어왔다.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자신하면서.
물건들로 채워지지 않은 집은 공간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책장을 설치하지 않은 거실 벽은 비어있는 그대로 좋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책들은 계속해서 생겨났다. 규모가 큰 도서관이 두 곳이 도보로 오분 거리에 있는 도세권에 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책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보는데도 말이다. 몇 년 전, 태어난 둘째의 물건들까지 더해지면서 더 이상 미니멀한 공간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적절히 수납할 곳이 없어서 온 집안의 바닥이나 계단에 굴러다니거나 식탁 한쪽에 수북하게 쌓인 책을 보며 <사다리가 달린 5미터 책장>을 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어수선한 집을 볼 때마다, 그 책장만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라고 계속 생각한다.
우리 가족에게는 책이 일상에서 꽤 많이 비중을 차지하는데, 라이프스타일을 예측하지 못하고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자신만만해 했던 것이 아쉽다.
*번외편: 책을 위한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