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건축을 준비할 당시에는 한국의 '협소주택'의 건축 사례와 정보가 거의 없었다. 참고할만한 자료는 협소주택이 많은 일본에서 번역된 책들 정도였다. 열심히 밑줄을 그으며 일본에서 온 책들을 읽었지만 제한된 정보와 지식의 한계로, 아쉬운 설계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아쉬운 점은 1층 공간이 거의 쓰임새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1층은 주차장, 작은 창고와 세탁 건조실로 구성되어 있다. 주차장 쪽으로 폴딩도어가 달려있는데 설계가 의도한 대로 쓸 수 없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설계의 의도는 작은 창고의 공간이 아이의 놀이실이었고, 폴딩도어를 주차장 쪽으로 열어 공간을 확장하면서 아이가 자유롭게 내외부를 오가면서 놀 수 있는 것이었다. (집 앞에 월주차를 할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에 차를 집 주차장에 주차하지 않아서 빈 공간이 발생한다) 처음에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들었을 때 신의 한 수 같은 기획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기획 자체는 여전히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주택의 실생활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문제였다.
집의 자잘한 마무리를 할 때, 공사하시는 사장님들이 편하게 다니시게 현관문을 열어놓았는데 짧은 시간 사이에 엄청나게 들어오는 벌레들을 집안 곳곳에서 발견했다. 그 순간, 1층의 폴딩도어는 그림의 떡임을 깨달았다. 바선생과 기타 벌레들의 습격을 고려하지 못한 현실의 벽이 반영되지 않은 설계였던 것이다. 폴딩도어의 가격은 꽤 비싸서 모든 현금을 쥐어짜고 끌어오던 눈물 나던 건축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많이 쓰렸다. 게다가 폴딩도어때문에 준공허가가 늦어지고 여러 가지로 고군분투하던 시절도 떠올라 씁쓸했다. 폴딩도어를 사용하지 못하니 아이의 놀이실 대신 창고로 사용하게 되었고, 자연히 1층은 집으로 들어오는 현관의 쓰임새 정도로 머물게 되었다. 한 평도 아쉬운 마이크로하우스여서, 긍정적인 면만 바라보고 현실을 예상해 보지 못한 이 점은 두고두고 아픈 곳이 되었다. 물론 교훈이라는 버릴 수 없는 것을 남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