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Aug 10. 2023

Ben과의 인연

 일반적이지 않은 집을 건축하고 살다 보니 잡지나 방송매체에서 촬영 제안을 많이 받았다. 동네 부동산에서 매도할 주택을 설명할 때 그 집의 방송촬영분을 커다란 티브이로 보여주시는 것을 보았다. 촬영 제안을 다 받아들여 우리 집의 기록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추후에 집을 매도할 일이 있을 때 좋은 플러스 요인이 된다는 점은 명확해 보였다. 하지만 방송매체의 촬영은 우리 집의 위치를 약간의 수고를 들여 검색하면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촬영한다는 것이 마음이 걸렸다. 무엇보다 건축주인 내가 같이 촬영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프라이버시를 확보하고 싶어서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도 있는데, 방송촬영으로 프라이버시함을 그대로 무너뜨리는 느낌이었다. 방송매체들의 제안은 정중히 거절했지만, 너무 애청하는 프로그램인 <건축탐구 집>의 제안은 거절하면서도 아쉬웠다. 이 프로그램을 너무 좋아해서 그동안 지켜왔던 프라이버시를 버리고 제안을 받아들일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둘째를 출산한 지 한 달이 안된 시점이어서 촬영을 위해 집을 정리하는 것도 촬영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말이다.

 그때 일이 내내 아쉬웠던 것 같다. 만약에 다음에도 주택(?????)에서 산다면, 혹시라도 다시 <건축탐구 집>에서 제안을 주신다면 큰 마음을 먹고 기꺼이 촬영에 임할 결심을 했으니 말이다.

방송 매체와 다르게 잡지는 촬영이 정적이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도 우리 집을 새로운 시선으로 아름답게 기록으로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촬영 진행을 하게 됐다.

한 곳은 전문 건축 잡지였고, 다른 한 곳은 독특하게도 태국의 라이프 스타일 잡지였다. 한국의 <around> 같은 잡지였는데 <서울>이라는 주제로 서울에 출장을 와서 여러 모습을 취재하다가, 지인을 통해 우리 집을 소개받은 것이다. 촬영 날, 잡지의 에디터인 Ben을 만나게 되었다. Ben은 서울에 가득한 아파트들에 대해서도, 왜 이런 독특한 집을 짓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궁금해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5층 테라스의 풍경을 매우 흥미로워했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익숙한 다세대들이 펼쳐진 풍경인데 Ben과 포토그래퍼는 그 풍경을 쉬지 않고 촬영했다. (후에 Ben이 보내준 서울 편 잡지를 보니 다세대의 풍경이 <서울의 집>이라는 꼭지의 메인 사진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촬영 때 당황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혹시 나도 촬영에 들어가게 되냐고 사전에 여러 번 체크했는데 아니라는 대답을 들어서 정신없이 청소만 하다가 촬영팀을 맞았다. 그런데 갑자기 계획이 변경되어서 나도 촬영컷에 들어가게 되어서 청소하던 모습 그대로 촬영컷에 들어가게 되었다... (혹시 모를 일도 준비하는 습관은 매우 좋은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비록 태국어로 쓰인 우리 집의 기사를 읽을 수 없었지만, 외국의 라이프 스타일 잡지에서 진행하는 촬영이어서 재미있는 추억이 남겨졌다. 그리고 Ben과는 그 뒤로 종종 연락하게 되었고, 방콕에 놀러 가게 되면 만나게 되는 친구가 되었다.


태국 라이프스타일 잡지 <a day>에 실렸던 기사 중 일부


  

 

이전 11화 Never too small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