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아름다움
코펜하겐 여행은 이제 막 두 돌이 지난 첫째를 데리고 다녀야 되었기에, 걸어서 코펜하겐 시내를 다닐 수 있는 집을 찾았다. 주소체계가 낯설기도 하고, 주소가 적힌 번호판이 너무 작아서 현지인의 도움으로 조세핀의 집을 어렵게 찾았다. ㅁ자 구조로 중앙의 정원을 둘러싼 4층짜리 작은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힘들게 캐리어를 끌고 올라간 조세핀의 집은 잠깐 꽃을 사러 나간 조세핀을 대신해 그녀의 어린 동생들이 맞아주었다. 조세핀은 덴마크 왕실 미술학교에 다니는 학생이었고, 에어비앤비 손님이 올 때는 부모님 댁에 가서 지내고 온다고 했다. 꽃을 한가득 사 와서 화병에 꽂아 놓고, 우리에게 잘 지내라고 인사하며 귀여운 어린 남동생들을 데리고 떠나는 조세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세핀의 아파트는 작은 침실 하나와 거실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좋은 디자인의 제품들이 집 안 가득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북유럽 디자인이 유행할 때여서 집집마다 북유럽 디자인 제품이 한 두 개씩 있던 때였다. 하지만 집의 모든 구석구석에 디자인 제품들이 놓여있는 것은 새로운 충격이었고, 오랜 시간 쌓여온 디자인 유산과 생활에 대한 애정이 삶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것이 놀라웠다. 생활의 모든 것이 디자인이고,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니!
슈퍼마켓 이야마 Irma에서 사 온 딸기를 먹으면서도 패키지에도 감탄을 했다. 과일 패키지 하나마저도 아름다운 곳에서 뛰어난 디자인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 같았다.
여행 일정 중에 수로에서 보트를 타고 코펜하겐을 한 바퀴 도는 투어가 있었는데, 수로를 따라 늘어선 집들의 인테리어가 잡지에서 보던 것처럼 개성 있고, 하나하나 아름다웠다.
7월에 방문했는데도 재킷을 걸쳐야 할 정도로 날씨가 서늘하고, 햇빛이 귀한 것이 느껴졌다. 길고 추운 겨울과 함께 집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환경이 집 안을 아름답고 편안하게 꾸미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아름다운 집과 햇빛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햇빛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조세핀의 집은 보여준 <일상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이 멀리 있지 않고 내가 살아가는 바로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려준 소중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