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Aug 29. 2023

런던, 호세의 집

 남편의 갑작스러운 대학원 진학으로 유목민의 삶을 살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여러 나라의 집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환경 속에서 크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집들에서 머문 경험들은 집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바꾸게 했다.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집은 런던, 호세의 집이다.

 

 런던 여행은 런던 근처의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와 함께 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런던에서도 잠깐 일했던 친구가 추천해 준 지역을 중심으로 에어비앤비에서 여러 집들을 찾아봤다. 친구와 상의 끝에 튜브 라인 중에서 다니기 편한 쥬빌레 라인에 위치해 있는 버몬시의 호세의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호세의 집은 작은 빌라 단지 안에 있었다. 사람 한 명과 캐리어 한 개가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세의 집으로 갔다. 환한 웃음과 함께 깔끔한 매너로 호세는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바르셀로나에서 왔고 조경디자이너로 일한다는 호세는 집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 준 다음, "아무래도 너네가 쓰면서 아는 것이 더 빠를 거야!"라는 말과 함께 인사를 하고 떠났다. 우리가 빌린 집은 호세가 거주하는 집은 아니었고, 에어비앤비 렌트용으로 운영되고 있는 집이었다. 처음 호세의 집을 봤을 때 우리는 동시에 "전날 공항에서 묶었던 힐튼 호텔보다 훨씬 좋아!"를 외쳤다. 밝은 그레이 톤을 베이스로 하고 노란 컬러를 포인트로 사용한 호세의 집은 런던 그 자체의 느낌이었다.  

 

 호세의 집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훌륭한 곳이었다. 인테리어가 너무 예뻤지만, 비싼 제품만을 사용한 것이 아니었다. 이케아 제품과 디자인이 좋지만 가격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제품들을 적절히 믹스매치해서 사용한 것이 너무 좋았다. 에어비앤비를 사용했을 때, 디자인적인 고려 없이 이케아 제품만을 사용한 집은 ‘이 집의 호스트는 정말 비즈니스적인 목적으로만 이 집을 사용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케아 제품을 적재적소에 믹스매치해서 사용한 집은 5달러짜리 이케아 램프를 사용하더라도 절대로 저렴한 제품처럼 보이지 않고 인테리어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좁다는 느낌 없이 공간을 풍족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친구의 방은 한쪽 벽이 가벽처럼 구성되는 폴더형 문이 있었다. 이 문을 열면 거실과 연결되어 거실이 더 넓어지게 되고, 닫게 되면 하나의 온전한 방이 되었다. 또한, 수납장이 현관문의 입구부터 침실 쪽 복도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수납이 필요한 물건들을 깔끔하게 수납해서 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부엌 쪽의 싱크대에는 냉장고와 세탁기가 빌트인으로 수납장 안에 숨어 있어서 하나의 벽처럼 통일감을 주었다.

 거실 쪽에 나 있는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자그마한 테이블이 높여 있는 테라스가 있는 점도 너무 좋았다. 작은 집이었지만, 부족한 것이 없이 여유롭게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풍족한 집이었다.

 호세의 집은 집의 크기와 인테리어 컬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작은 크기의 집이라 할지라도 공간 구성에 따라 더욱 풍부하게 공간을 쓸 수 있었고, 그레이와 옐로우 톤의 아름다운 컬러 매치가 집을 개성 있고 돋보이게 했다. 그리고 작은 테라스 할지라도 테라스의 유무가 주거의 질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지붕 없는 공간에서 햇빛과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일이 몸과 마음에 즉각적으로 신선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경험하게 되었다. 

 실패한 에어비앤비도 있지만, 오랜 시간 고민해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들은 호텔과는 달리 새로운 경험과 관점을 준다. 방콕의 호텔들을 사랑하지만, 유럽의 숙소들에서는 공들여 인테리어 된 에어비앤비 숙소들을 예약하려고 한다. 로컬들의 집에서 직접 요리하고 잠을 자고 생활하면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기도 하고, 호텔과 달리 에어비앤비는 예상치 못한 점들이 많아서 깜짝 선물 같은 일들이 많은 것이 또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아쉽게도 호세는 내가 묶었던 에어비앤비를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다)


벽난로가 있던 자리에 옐로우 프레임을 더해 재미를 준 호세의 집. 소파 옆 문이 작은 테라스로 나가는 문이다.
그레이와 옐로우라는 일관된 톤 앤 매너를 보여주는 부엌


식탁의자는 굉장히 저렴한 이케아 제품인데, 전체적으로 구성을 잘해서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이케아 침대와 침구이지만 깨끗하고 베드 스프레드로 포인트를 주어서 호텔 같은 느낌을 주던 침실.



이전 20화 아름다운 공간을 그토록 갈망하는 이유(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