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mmer Song Aug 24. 2023

아름다운 공간을 그토록 갈망하는 이유(2)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갈망하는 이유(2)

 주택은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바로 땅을 디디고 설 수 있다. 40층 정도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을 좋아하는 남편과 달리 나는 이 사실이 너무 좋다. 큰 의미가 없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집에서 바로 땅을 디딜 수 있다는 것은 큰 안정감을 준다. 땅에 붙어서 살기에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다.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땅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을 때,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소리에 대한 감각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우리 집은 정원이 없지만 이웃집에서 굴러온 감열매나 나뭇잎들을 비질할 때도 가을이 온 것을 느낀다. 함박눈이 내릴 때 집 앞 도로의 눈을 치워내면서 겨울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아파트에 산다면 직접 할 필요가 없는 귀찮은 일들이기는 하다. 때로는 나도 귀찮아하면서 비질을 하고 있지만 몸을 직접 움직여 집을 관리하고 있으면 나도 그 계절 속으로 들어가 같이 움직여가는 것 같다. 정원이 없는 우리 집도 이런 느낌을 주는데, 작은 정원이 있는 집은 어떤 느낌일까 자꾸 상상하게 된다. 콘크리트가 아닌 흙을 발로 밟고 식물들을 계절에 따라 관리하면 계절의 움직임을 더 친밀하고 내밀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주택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규범과 질서를 지키고 큰 책임을 부여받는 어른에게 <내 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해방감을 준다. 밤 열 두시에 세탁기를 돌리고, 아이들이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마구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며 야생미를 뿜어내도 된다는 것은 엄청난 자유임이 틀림없다. 예상되는 똑같은 구조가 아닌 다른 구조로 집을 만들고 내 상상력을 마구 집어넣을 수 있다는 것도(비용이라는 제한이 있지만) 현대인에게 커다란 특권이기도 하다.

 주택은 실리라는 면에서 평가한다면 점수가 턱 없이 낮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움과 자유에 대한 비용지불에 대한 가치는 인정받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해본다. 요즘 빠져 있는 유튜브 채널인 <the modern house uk>에 소개되었던 한 집주인의 멘트로 그 답을 해보고 싶다.  Which is completely unnecessary, but joyful!


https://youtu.be/2rGqUFg5Npg?si=OttoGfzSGMicx4gT


이전 18화 아름다운 공간을 그토록 갈망하는 이유(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