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이름을 짓듯이!
아기한테 이름을 지어 줄 때, 이 아이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어떤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정성스럽게 이름을 짓는다. 브랜드 네이밍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좋겠고, 앞으로 어떤 스토리를 가질지 바람을 담아 짓게 된다. 브랜드 네이밍을 하는 것이 많이 어렵고 까다롭다고 얘기한다.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떠올리면서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단어나 단어의 조합이어야 하니 쉽지 않은 작업이기는 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브레인스토밍을 해보고, 다양한 노래의 가사나 책들을 접하면서 단어들을 가지고 놀다 보면 어느 순간 '유레카'를 외치며 달려 나가고 싶게 만드는 이름이 떠오르게 된다.
최근에 너무나 적절하게 네이밍이 되었다고 느껴진 이름들이 있었다. 바로 '잘가새'와 'hiin'이다. '잘가새'는 걸이형 조류기피제 이름이다. 옥상에서 키우고 있는 블루베리 나무의 열매들을 비둘기들이 먹는 것 같아서 고민했더니, 지인이 추천해 준 제품이다. 듣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도 제품의 효과를 바로 떠올리게 하는 너무나 멋진 네이밍이었다. 'hiin'은 살림가게였던 숙희의 대표 한 분이 새로 론칭한 브랜드다. '흰'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남편이 만들어준 나무 살림들과 제가 만든 하얗고 흰 애정 어린 물건들, 있으면 편한 살림들과 없어도 되지만 갖고 싶은 물건들을 판매합니다' 'hiin'란 단어는 알파벳의 모양새자체도 예쁘고, '흰색'이라는 이미지가 브랜드 설명처럼 편한 느낌을 전달하면서 많은 카테고리들을 무리수 없이 포용할 수 있는 브랜드임을 알 수 있다. 오래전에 컨셉진에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편집장님이 컨셉진의 네이밍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셨었다. 'around'매거진은 에코백이나 티셔츠에 인쇄해도 예쁘고, 어느 이벤트에 넣어도 세련되게 어울리는 느낌인데 'conceptzine'은 'zine'이라는 단어 때문에 'around'보다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네이밍을 할 때는 어디에 넣어도 어울릴 수 있는 범용성이 큰 단어들이 좋다. 또 종이 제작물이나, 에코백, 티셔츠 등에 인쇄될 때도 형태가 미감을 띄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또 주의해야 할 점은 영어나, 프랑스어로 지을 때 현지 언어권에서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맞춤법이 틀린 단어나 문장은 K-WAVE의 시기에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전락할 수 있고, 비속어나 성적 용어 등 이름으로서는 절대 써서는 안 되는 단어일 수도 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제품으로 유명한 한 브랜드는 갑자기 이름을 바꾸었다. 속사정에는 프랑스어로 지은 브랜드 이름이 사실은 성적인 용어였던 것이다. 브랜드의 이름을 인스타그램에서태그로 검색하면 민망한 동영상들이 많이 검색되서 찾아보니 그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였다. 브랜드 이름이 꼬이기 시작하면 이름이 인쇄된 제작물부터, 홈페이지 URL까지 바꿔야하고 손해가 너무 크다. 게다가 가장 큰 손실은 사람들의 이미지에 각인되었던 브랜딩을 다시 시작하는 겪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꼭 철저하게 조사해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나는 몇 년에 걸쳐 일상의 감도를 높이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하고 싶었고, 이름 또한 오래 생각했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철학인 'Less Monday, More Summer'를 브랜드 이름으로 짓고 싶었다. 혹시 누구에게 뺏길세라 론칭 계획도 없으면서 인터넷 URL을 결제해서 몇 년 동안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브랜드를 론칭하려니 이미지는 잘 연상되지만 이름이 입에 착 붙거나 머릿속에 빨리 각인될 것 같지 않았다. 여러 가지 단어를 조합하며 이름을 고민하던 중, 가장 좋아하는 '수영'과 '책'을 넣어서 이름을 조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과 책의 물성은 다르지만, 고요하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같이 써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 'Swimmer's Book Club'이다. 색다른 단어의 조합으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고, Club이 붙어 호기심을 일으킬 수 있는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스위머스 북클럽'의 철학을 디자인으로 잘 풀어주신 브랜드 디자이너 덕분에 네이밍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브랜드 이름을 정했다면, 재빨리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특허청 사이트에 들어가서 (http://www.kipris.or.kr)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업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같은 상표가 없다면 상표등록을 서두르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에는 해외 모국의 브로커들이 상표등록이 되지 않은 스몰 브랜드들의 상표를 먼저 등록하고, 상표이용에 따른 금액청구나 역상표판매등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소중한 내 브랜드를 지키고 싶다면 상표등록을 꼭 해야 한다. 상표등록은 셀프로도 가능하고, 상표 등록 대행업체를 통해서도 등록이 가능하다.
Q. 브랜드의 철학을 잘 전달하면서도, 기억이 쉽게 되고, 신선하며, 글자의 형태가 예쁘고, 범용성이 높은 브랜드의 이름을 다섯 개 정도 적어보세요! (상표검색 사이트에서 확인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