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도 완성에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 단면도가 등판할 때다. 단면도는 평면도에 비해 간단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누군가?
걸리기를 기다리는 실수 유도용 장치가 숨겨져 있다.
이것만 잘 간파해내면 평면도는 무난하다.
단면도는 설계도 시험의 구원투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처음 설계도 2장을 완성했을 때, 해냈다는 감동으로 1시간 이상 초과된 시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 딱 한 번. 그리고는 시간은 끝까지 따라다니며 중요했다. 실격되므로.
설계도를 그릴 때 시간에 쫓기다 보면 완성도가 떨어진다. 선이 깔끔하지 않고 표현이 엉성해지고 요건을 하나쯤 빼놓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을 적절하게 잘 배분해서 운용해야 한다. 자꾸 그려보면 나만의 지름길이 보인다.
설계도 시간 단축키는 설계도를 많이 그려보는 것이다.
몇 시간을 몰입해서 그리다 보면 두통과 미열이 나고 체력 방전으로 마무리 작업에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래서 음식에 신경을 썼다. 많이. 잘 챙겨 먹었더니 제법 두통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부작용도 있었는데 두통이 사라진 자리에 차곡차곡 살이 돌아왔다. 짧은 시험 준비 기간이라 눈 딱 감고 평생 외치는 작심삼일용 다이어트는 잠시 접어두었다.
실제 설계도 시험 시 간단한 음료 등의 섭취가 가능한데 이유를 절실히 공감한다.
설계도를 그릴 때 녹음용, 경관용, 유도용으로 식재되는 수종을 맞게 배치해야 하는데 이때 주로 출제되는 중부지방의 수종은 너무 많아 그보다 종류가 조금 적은 남부지방 수종을 외웠다. 그리고 잊고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나머지 2과목도 손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
설계도를 그린 후에는 꼼꼼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 오류를 찾고 요건도 맞춰봤다.
일종의 오답 노트 작성인데 문제는 조언을 구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예상대로 오류 발견이 어려웠다.
틀려도 틀린 것을 몰라 틀렸다고 할 수 없는 뼈 때리는 독학의 한계를 절감했다.
그 한계의 정점에 위풍당당 자리를 지켰던 방위 표시가 있었다.
늦게라도 찾아서 다행이었지만. 한참 동안 방위 표시의 오류를 의심하지도 않았다.
그 이후 아무리 시간에 쫓겨도 방위 표시를 몇 번씩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