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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노조 간부를 하게 되다

by 장수생


자연대에서 조용히 그러면서 즐겁게 근무하면서 직장 외의 삶도 가족들과 즐기며 잘 지내고 있을 때였다.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내가 소속되어 있는 대학에서 공무원을 제외한 비공무원들의 노조인 대학노조에서 새롭게 지부장 선거를 하려고 하는데 함께 팀을 이루어 선거에 나가자는 내용의 전화였다.


젊은 직원으로서 노조 활동에 조용히 뒤에서 티 안 나게 참석은 하고 있었지만 앞에 나서서 무언갈 이끌어 가는 건 내 성격과 맞지 않아서 처음엔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 후로 몇 번 더 전화가 왔었고, 생각해보니 내가 지금 이렇게 공무원들과 동일하게 급여를 받고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건 바로 선배 노조원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전 선배들 말을 들어보면 공무원의 50% 정도밖에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며 일을 했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투쟁과 희생이 있었다. 그것도 월급조차 받지 못한 상태에서 말이다.


그런 상황을 생각해보면 한 번쯤은 노조를 위해 일을 해야 지금의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 미안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함께 하겠다고 했고 단일 후보였기에 찬반 투표를 거쳐 그렇게 노조 간부가 되었다. 대학노조 이슈에 대해서는 대부분 지부장이 모든 일들을 처리하기에 나는 보조적인 역할만 맡아서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결과적으로는 임금협상, 단체협상, 각종 위원회에 노조 대표로 참가하게 되면서 보조적인 역할 이상의 역할을 맡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노조일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모든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나도 내입장과 노조 입장에 서서 모든 협상안을 준비를 하고 말을 한다. 협상에 본부 대표로 나온 직원들도 본부 입장에 서서 말을 한다.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에서 이기적이라 표현한 사람은 같은 대학노조 사람을 말한 것이다. 그것도 '무임승차'라 불리는 행동들만 일삼는 일부 조합원들 말이다.


노조가 본부와 협상을 통해 급여를 단 100원 인상하는 것도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가장 힘이 되는 건 같은 노조원들의 단결과 믿음이다. 그 들이 도와주지 않고 단결이 되지 않는다면 본부에서는 전혀 무서울 것이 없기에 본인들 입장만 강요하게 된다. 단결된 힘을 보여주어야만 그들이 우리를 인정하고 더 나아가서는 두려워하게 만들어야만 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로지 본인이 처한 입장에서 불평불만만 늘어놓을 뿐 단 한 번도 앞장서거나 행사나 투쟁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참여만 해주거나 응원만 해주어도 충분히 고맙고 감사하다. 나도 간부를 하기 전에는 그런 식으로 참여했으니 말이다. 본인이 나서서 하지 못할 거라면 뒤에서 다른 사람들을 모아서 팩트에도 맞지 않는 본인 주장을 투덜대거나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욕을 한다거나 험담을 하는 건 정말 아닌 건 갔다. 의견이 다르다면 총회나 아니면 다른 루트로 사전에 의견을 주면 되는데, 그렇지도 않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야 그때 왜 그렇게 했느냐?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다라는 둥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서 들리게 만든다.


모든 사람은 본인이 하는 일이 가장 힘들고, 본인 상황이 가장 손해를 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은 틀린 생각만은 아니다. 하지만 노조라는 것은 수많은 개인이 모여 만든 단체이다. 개개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가장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 또는 누가 봐도 가장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우선순위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이를 이해해주고 동의해주고 함께 단결해서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 가지 한 가지씩 원하는 걸 얻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우리 대학만 해도 대학 노조원 수가 300명 정도인데 총회 때 과반수 이상 참석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관심이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급여나 복지 같은 거엔 관심이 무척 많다. 하지만 본인이 참여해서 해결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으면 그저 받아먹으려고 할 뿐이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뒤에서 욕이나 한 사발씩 던지면서 말이다.


당연히 앞장서서 의견을 말하고 자료를 준비하고 나아가 싸우면서 원하는 걸 얻어내야 하는 건 간부들이 해야 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간부 뒤에 숨어서 더 나아가 자기는 노조가 아닌 본부 편인 것처럼 행동하면서 본인의 일을 무조건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건 맞지 않다. 도와 주워야 하고, 함께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더 빠르고 더 쉽게 얻을 수 있다.


이제 나의 간부 생활도 끝이 났다. 나의 이기심과 타인의 이기심의 끝을 본 것 같아서 더 이상 간부나 노조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 않다는 게 현재의 심정이다. 당연히 시간이 지나면 바뀔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확실한 건 간부를 하지 않더라도, 누가 조합을 이끌더라도 노조가 하는 일에 적극적이진 않더라도 방해되지는 않고 작은 힘이 될 수 있도록 소극적인 참여라도 반드시 하겠다는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다.


본인이 원하는 걸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에게 미루지 말고, 남 뒤에 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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