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몸과 마음의 상태로 근무를 하고 있던 자연대에서 근무한지도 2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오래오래 근무하고 싶은 부서였으나, 결국 다시 발령이 나게 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아인슈타인이 '상냥한 여자와 함께 보내는 2시간은 2분처럼 느껴지고, 뜨거운 난로에서의 2분은 2시간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상대성이다'이란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게 될 줄이야.
재무과에서 6년은 12년처럼 답답하고 복잡하고 일을 하면서도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힘들었는데, 자연대에서의 2년은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나 싶게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말도 안 되게 들리겠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좋은 시간은 항상 짧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도 짧은 것 같다. 너무 좋아하는 티를 많이 내서 발령을 낸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나에게 자연대에서의 시간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나와 같이 근무했던 원장이나 부원장처럼 이렇게 좋은 교수도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본부에서는 단연코 본 적이 없는 비 권위적이고 탈권력적이며 합리적인 분들이었다.
그런데 왜 본부에서는 이런 교수를 만날 수가 없었던 걸까? 권위적이고 권력적이며 비합리적이어야만 본부에서 보직을 맡을 수가 있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뭐 당연히 점잖고 괜찮은 보직자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런 보직 교수들과는 업무적으로 엮여 본 적이 없었고, 반대 경우의 보직자들과만 업무가 엮였었다는 거다.
대학 교직원이 좋은 직업임에는 이견이 절대 없으나, 이 일이 내가 정말 하고 싶고 꿈꿨던 일은 아니었기에 즐겁게만 일을 하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일할 수 있게 해 준 학교에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일을 하고 있긴 하다. 여기에서 나오는 월급이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월급 받은 만큼의 일은 최대한 하면서, 참고 견디고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자연대에서 이러한 직장 생활도 즐거울 수가 있구나 라는걸 경험을 했었다는 것이다. 부서의 특성일 수도 있겠지만 함께 근무했던 사람이 좋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서도 여러 번 말했지만 결국은 일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상사이며, 어떤 사람이 내 옆에 앉아있는가가 내가 맡은 사무보다 수십 배는 더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와 근무하는 사람이 내가 함께 하기 때문에 더 좋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 아직까진 내가 다른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 좋은 사람인 줄은 모르겠으나,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본인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주위에 좋은 사람이 모여들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 노력하며 살아야 한다. 요 근래 책을 보면 '이기적으로 살아야 한다' 또는 '내가 먼저다 그렇기에 나부터 챙겨야 한다'라는 식의 자기개발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책의 내용들에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내가 조금은 피곤하고 손해본다 느껴질 지라도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으로 인식되는 것보단 좋은 사람으로 생각되어 지는게 좋은 거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된다면 굳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금은 이기적으로 살아야 할 필요 자체가 없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