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레코드 - 컴필레이션 가을

by L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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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반을 구매한 이유는 주저 없이 앨범 커버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고 평온한 색감과 분위기를 전면에 배치하고도, 뒷면에는 귀여운 감성을 놓치지 않은 이 디자인은, 집사로서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바이닐 취미를 시작한 계기가 '압도적인 자켓 사이즈가 주는 시각적 만족감'이었던 저에게, 이 앨범은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경우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합니다.




제임스레코드는 대구에 위치한 뮤직펍으로, 2020년부터 로컬 뮤지션을 중심으로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해 왔습니다. 이 앨범은 2023년 사계절 시리즈 기획작 중 세 번째 앨범이자, 제임스레코드의 여섯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인디'라는 단어보다 한층 더 풋풋하고 진한 현장의 향을 가진 '로컬 뮤지션'들의 음악은,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한 매력을 진하게 풍기죠. 록, 일렉트로니카, 인디 팝 등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그야말로 '로컬 음악 편집샵'을 방문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다양한 색깔은 때로 양날의 검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앨범에 꽂히는지 결정되는 데 1번 트랙이 70%를 차지한다고 생각하는데, 첫 곡인 Fat Hamster 'The Garden'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레트로한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곡전체에 깔리며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암시하지만, 오프닝으로서 귀를 당장 사로잡을 만큼의 흔치 않은 강렬함은 부족했다고 느껴졌습니다. 다만 ‘흔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익숙한’ 그 애매한 경계가, 이후 트랙들에 대한 기대를 남깁니다.


진정한 가을의 정취에 사로잡힌 것은 4번 트랙, 잔물결의 '그리워할 때 가장 아름다워'에서였습니다. 2, 3번 트랙의 숨 고르기를 지나 다시 정돈된 감정선이 살아납니다. 단정한 기타 리프와 담백한 보컬이 만들어내는 간결한 울림은, 제목 그대로 ‘그리움의 아름다움’을 잔잔하게 증폭시킵니다. 앨범 전체 컨셉과도 가장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하네요.


이어지는 곡 중에서도 6번 트랙 동찬의 '밤의 끝'이 깊은 인상을 줬습니다. 작곡자가 ‘열차 밖 네온사인을 바라보며 썼다’는 설명 그대로, 전자음 사이로 스치는 풍경들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사이버펑크 2077의 한 장면처럼, 어두운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불빛의 리듬이 정교하게 조율돼 있습니다. 가을의 선선함과 도시의 냉기가 교차하는 독특한 여운이 남습니다.




이 앨범은 바이닐 커버의 압도적인 매력 덕분에 소장 가치를 높이지만, 로컬 뮤지션의 '편집샵' 같은 특성상 아쉬운 점도 분명 있습니다. 9팀의 뮤지션이 모인 만큼 퀄리티와 스타일이 제각각이어서, '가을'이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뭉치긴 했어도 음악들이 다소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 없었습니다. 완벽한 통일감 대신, 다양한 결이 모여 만들어내는 ‘가을의 조각보’ 같은 질감이랄까요. 하지만 이러한 균질하지 않음이야말로 기성 인디 음악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날 것'의 풋풋함이자, 로컬 음악 씬이 가진 에너지의 증거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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