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을 때, 나는 내 감정을 잊고 사는 사람이었다.
일어나기 싫은 아침마다 나를 억지로 일으켜 세우고,
출근길 사람들 틈에 섞여, 무표정한 얼굴로 지하철 손잡이를 붙잡았다.
회사에서는 늘 바쁜 척, 괜찮은 척, 열심히 하는 척을 반복했다.
감정이란 건 최대한 숨기고 살아야, 사회에 적응한 사람처럼 보였다.
‘잘 버티는 게 능력이다’
그 말에 동의하며 살았다.
그렇게 몇 년을 버티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일도, 사람도, 모든 게 버겁고 무의미했다.
한방병원을 가보니
불안도와 긴장도가 매우 높다고 했다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나?”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그때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영덕’라는 생소한 지명을 발견했다.
경북 영덕, 영해면.
낯설고 조용해 보이는 바닷가 마을.
이상하게도 마음이 반응했다.
“거기로 가보자.”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도착한 마을이었다.
실제로 영해에 도착했을 때,
처음 느낀 건 ‘조용함’이었다.
도시의 정적과는 다른, 숨 쉬는 정적.
바람이 불어오고,
동네 어르신들이 카트를 끌고 느릿하게 걷고,
작은 시장에선 오일장이 열렸다.
걷고, 먹고, 자고, 다시 걷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쁘지 않은데
심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조용하고 잔잔한 리듬이 나를 안정시켰다.
감정을 마주할 시간이 생겼고,
‘버텨야 한다’는 압박에서 조금씩 멀어졌다.
마을에는 청년창업을 지원해주는게 있었다
문화 자원을 복원해서 그 공간을 활용하여 사업을 하는것이었다
그 공간을 처음 봤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오래 간직했던 나만의 꿈을 펼칠수 있는 곳
나는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최종합격을 했다,
이름은 ‘해소공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작고 조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나는 사람들과 함께 감정 워크북을 쓰고,
명상 굿즈를 만들고,
말 대신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시간을 연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공간, 꼭 필요했어요.”
“여기 오면 그냥 마음이 풀려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의 감정 회복이 누군가에게 닿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공간은 ‘창업’의 결과라기보다는
‘감정의 복원’ 그 자체였다고.
도시에서의 나는
항상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여기선
‘나답게 살아도 되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창업, 귀농, 공간 운영, 그런 말들보다
나는 그저 감정을 돌보며 살아가는 사람이고 싶다.
감정을 참지 않아도 되는 삶,
나를 꾸미지 않아도 되는 하루,
그런 날들을 이 마을에서 만들어가고 있다.
영해는 나에게
회복의 장소이자
감정을 회복할 수 있는 삶의 시작점이다.
가끔 누군가
“왜 하필 영해였나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는 말한다.
“몸이 오기 전에,
마음이 먼저 여기에 닿았어요.”
“그게 다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