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내가 힘들 때, 아무도 나를 안아주지 않았다

“한 번쯤은 나를 도와주면 안 돼?”

by 로컬조이 LOCALJOY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내 일처럼 귀 기울여주고,

상처받았다고 하면 괜히 내 마음까지 울컥해져서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밤새 고민하는 사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 마음을 열었다.

나는 흔쾌히 그 마음들을 받아줬다.

그게 인간적인 일이라 믿었고,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정작,

내가 무너졌을 때는 아무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나는 소리 내지 않고 울었고,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버텼고,

웃는 얼굴로 내 감정을 감췄다.


그래서였을까.

사람들은 내가 괜찮은 줄 알았다.

늘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다.


“넌 잘 버티잖아.”

“너는 센 사람이니까.”

“너는 워낙 잘하니까.”


그 말들이 위로가 되기보다

무거운 짐처럼 내 어깨를 짓눌렀다.




어떤 날은 정말 지쳤다.

그냥 누군가가

“요즘 많이 힘들지?”라고 먼저 물어봐주기만 했어도

펑펑 울 수 있었을 텐데.


어떤 날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그 한마디만 있어도

조금 더 살아갈 힘이 되었을 텐데.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았다.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나는 점점,

내 감정을 말하는 걸 포기했다.


“내가 힘들다고 해봤자,

다들 더 힘든 사람부터 생각할 거야.”

“말하면 또 내가 징징댄다는 소리 들을 거야.”

“참는 게 편해. 조용히 넘어가자.”


그렇게 감정을 숨기고,

마음을 눌러 담으며

나는 계속 사람들을 도왔다.


도우며 잊으려고 했다.

도우며 무뎌지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넌 정말 좋은 사람이야.

항상 남을 도와주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도와줘.”


나는 웃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외쳤다.


“한 번쯤은 나를 도와주면 안 돼?”




그날 이후,

나는 내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왜 나는 무너질 때까지 괜찮은 척을 했을까?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그 누구에게도 솔직히 말하지 못했을까?


답은 단순했다.

도움을 받는 게 익숙하지 않았고,

마음을 내어 보였을 때 돌아온 게 외면이었으며,

차라리 기대하지 않는 게 편해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는

‘도움을 줄 줄만 아는 사람’이 아니라

‘도움을 달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는

‘늘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도움받아도 괜찮은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직은 어색하다.

“나 너무 힘들어.”

“나 좀 도와줘.”

“나 지금, 누군가의 어깨가 필요해.”


이 말들이

입 안에서만 맴돌다

사라지기를 수없이 반복한다.




내 감정이 너무 불편했다는 것을.

그 불편함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방향을 바꾸고자 한다.


누군가를 돕는 일도,

나를 지키는 일이 함께여야 한다는 걸


나는

내 감정도 함께 데리고 가는 삶을 선택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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