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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Park Dec 10. 2021

베이비 팜 (The Farm)

조앤 라모스(Joanne  Ramos)





2019년에 출간된 미국 소설이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늘 논란의 주제가 되는 '대리모'에 관한 이야기로 출간되자마자 큰 주목을 받았는데 놀랍게도 이 책이 기자 출신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한다. 책은 제인, 아테, 메이, 레이건 4명 여성을 중심으로 여러 시점으로 서술된다. 그중 가장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제인'은 필리핀 이민자 출신으로, 작가 본인이 필리핀 이민자의 자식으로서 보고 관찰한 것들이 녹아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한적한 곳에 자리 잡은 의뭉스러운 성 같은 '골든 오크스'는 대리모 공장이다. 여러 여성들은 갖가지 이유로 이곳에 와있다. 메이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이곳의 관리인으로 직접 의뢰인을 만나고, 또 대리모들을 선발해 둘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중책이다. 제인은 필리핀 이주 노동자로, 보모일을 하다가 큰 실수를 저지른 뒤 해고당하고 돈이 아주 궁한 상태에서 친척 아주머니 뻘인 '아테'의 추천으로 돈을 벌기 위해 왔다. 레이건은 중산층 가정 출신에 명문대를 나온 백인 여성으로 대리모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슬픈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는 이상주의 적인 생각과, 부모에게 한번 돈을 빌리지 않고 인생을 꾸려보겠다는 낭만적인 이유로 이곳에 왔다. 제인과 레이건은 각기 다른 이유로 이곳으로 와 룸메이트가 된다. 두 사람 다 관리자 메이로부터 대리모의 일이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설득당해 들어왔지만, 모든 행동을 의뢰인으로부터 요구당하고 감시당하는 생활을 하면서 직감적으로 골든 오크스의 무자비함을 깨닫는다. 제목처럼 농장인 이곳에서 여성들은 아이를 낳는 도구로서 서로 경쟁하도록 부추김 받지만 인간답기 위해 서로를 돕고 지지한다.





미혼모에 대한 내 생각은 확고하다. 이 산업은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함축하고 있는 최악 중의 최악이다. 어차피 대리모의 유전자는 전혀 섞이지 않음에도 '그릇'으로서 백인과 유생 인종은 몸값이 갈린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이주 노동자들이 돈과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이 일을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인종 착취로 간다. 또, '자본주의의 논리'라는 그럴듯한 변명 하에 돈 많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의 육체를 착취한다. 지금도 여전히 이 산업을 원하는 거대 자본주의는 대리모에 '생명의 아름다움'이니 '숭고함'이라느니 그럴듯한 포장을 씌워 여성들을 현혹한다. 누군가의 신체를 사고파는 것에 아름다움이 가당키나 한가? 지금껏 여성들을 옮아 멘 '모성애의 신화'를 발휘해 여성 착취로까지 이어진다. 아마, 이주 노동자로서, 유색인종으로서, 여성으로서 모든 교집합을 가진 작가의 눈에는 대리모 시장의 역겨운 가식이 또렷이 보였으리라.


제인은 백인들이 생각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착하고, 순종적인 아시안 여성이다. 하지만 자기 자식을 지키기 위해 힘든 일들을 감내했고, 점점 강해져 부조리함을 스스로 깨부수고 나오는 성장하는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약한 모습 안에 강한 의지가 보이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책을 읽을 때 인물이 선명하게 그려져 그 인물의 매력만으로 굴러가는 이야기가 있다면, 줄거리 중심으로 전개돼 인물은 이야기 속 역할자로서만 존재한다 싶은 작품이 있는데 이 책은 후자에 가깝다. 그러고 보면 작가의 '기자'로서 이야기를 통해 본인이 고발하고자 하는 내용을 오롯이 담기 위한 전략이 보인다. 한 작품을 통해 대리모 산업이 가진 온갖 모순을 다 내보일 수 있다니, 작가의 역량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지 못해 슬픈 사람들'의 인신매매(돈 주고 사람을 사는) 행위를 밝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또한 대리모가 이상한 산업인 건 알겠어.. 근데 왜? 설명이 힘들다 싶은 사람들에겐 명확한 생각의 정리를 도와줄 작품이라 본다. 책은 612페이지라는데 사이즈가 작아서 그런가? 그리 두껍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여러 인물들의 시점으로 서술되고 이야기 진행도 느리지 않기 때문에 잘 읽힌다. '김희용'역자의 책은 처음인데 번역도 깔끔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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