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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Park Feb 10. 2021

귀성길 추억



2021.02.10(수)


내일이면 설 연휴의 시작이다. 어디도 갈 예정이 없는 나에겐 그냥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날일 듯 싶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안 가는 것도 있지만, 프리랜서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명절 때는 거의 이동하지 않았다. 우리 집이 명절이라고 딱히 하는 게 없기도 하지만, 일 없고 널널 할 때 내려갈 기회가 충분히 있으니 굳이 그 북새통에 끼이고 싶지 않아서가 크다.


과거 회사를 다니던 시절에는 명절 연휴에 사활을 걸어야만 했다. 일 년에 그리 긴 시간 동안 고향에 다녀올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매번 새벽 알람을 맞춰놓고 명절 연휴 기차표 끊기를 시도했었지만 그 개미구멍을 통과해 표 예매에 성공한 적이 인생에 단 한번밖에 없다. 눈에 불을 켜고 시시때때로 새로고침을 해가며 남는 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모든 게 실패하면 앞 뒤로 연차를 이틀 내고 다녀오던가 했다. 회사 스케줄 때문에 이틀씩 연차 내는 게 힘들다면 내려가는 걸 포기했다.


명절 즈음이 되면 서울에 갓 상경한 사회 초년생 시절, 어깨가 빠질 듯 힘들어도 엄마가 챙겨주는 것들을 귀하게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오던 때가 생각난다. 힘들게 이고 지고 자취방으로 돌아와 퍼져 누워있으면 언제 또 내려가려나 괜히 아리고 눈물 나던 시절. 시간이 더 많아진 요즘도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내려가지도 못하지만 말이다.


 특별히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연휴 동안 뭘 해야 할까? 일단은 입이라도 안 심심하려고 과자나 잔뜩 사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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