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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cal Park Mar 20. 2021

봄비

비 오던 날 뭘 하고 놀았을까?


이번 주 내내 켜켜이 쌓인 미세먼지를 싹 씻어 내린 비가 왔다.

그러며 또 쌀쌀해져서 그런지 몸 컨디션이 꼭 날씨 같았다. 꾸무룩 꾸무룩

그래도 간만의 미세먼지 '최고 좋음' 표시에 옷을 여미고 산책을 다녀온다.

꽃나무들이 대중없이 들쭉날쭉 피어있다. 꽃눈이 이제 올망졸망 달린 애, 벌써 활짝 피워 비에 떨어진 애.


오랜만에 문도 활짝 열고 환기도 하고, 숨통 트이는 날이었다.

 

최근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아주 어린 시절 살던 골목길을 로드뷰로 찾아본 적이 있다.

나는 눈만 뜨면 집 앞에 나가 뭐라도 하고 놀았다.

엄마의 골목길을 향한 '밥 먹어라' 소리에 재깍 들어와 밥 먹고, 다시 또 나가 놀고.

잠 자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시간을 골목 여기저기서 보냈었다.


그런데 다 커서 보니 골목엔 진짜 아무것도 없었다.

차도 다니고, 사람도 다니는 길 옆으로 주차 공간이 있고,

그 뒤로 아주 한 폭 정도 되는 흙길과 몇 그루 가로수가 다였다.


도대체 골목길에서 뭘 하고 놀았을까? 

매일매일 그렇게 수십 수백일을 놀았을 텐데 뭘 하고 놀았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종종 뭘 하고 놀았었는지 생각해보려 했다.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비 오는 날 우산을 어깨에 끼고 흙바닥에 그림이든 글자든 썼다 지웠다 했던 기억이 났다.

파인 홈 사이로 물이 고이는 게 그냥 재밌어서, 우산 안에서 크게 비가 타닥거리는 게 재밌어서 

그러고 놀았으려나?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아무것도 없는 곳이

어린이에겐 하루 종일 놀아도 다 저녁이 돼서 집에 들어갈 때마다 아쉽게 만드는 공간이었다니.

가끔은 이렇게 좀 극단적으로 나이 먹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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