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청년마을, '나만의-성' 이수길 청년 이야기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꿈꾼다는 청년. 소셜 문제 해결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받아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합니다. 의성에서 노인문제를 해결하며 이를 로컬에서 이미 실천하고 있는 이수길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낭만 있게 살고 싶은 사람이에요. 제가 정의하는 낭만은 자유롭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선택해서 그 일을 하는 것이라 저도 낭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어 청년마을에 참여하였어요. 원래 경남 남해라는 시골에서 태어나서 로컬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사람에 관심이 많아 사회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청년 마을에 ‘임팩트랩’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을 알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여 나만의-성에 오게 되었어요.
보통 노인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책상에 앉아 조사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성에서는 직접 살아보면서 노인분들과 소통하며 그분들이 겪는 문제를 경험해볼 수 있으니 현실적인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참여하였어요. 직접 의성에 오기 전에는 로컬보다는 소셜 프로그램에 초점을 두었는데 막상 와보니 로컬 출신인 제가 겪었던 로컬이랑 새로운 지역에서 겪는 로컬은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로컬을 경험해보았기에 색다른 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는데 다른 점이 많아서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로컬에도 초점을 맞추어 지내고 있어요.
Q. 어떠한 노인문제들을 다루고 계신가요?
처음 시작할 때는 주제만 주어지고 그 외에 데이터 등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저 ‘노인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라는 주제만 있었어요. 그렇기에 직접 노인분들과 길거리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마을과 친해지는 과정을 가졌고 이를 통해 노인분들이 마을에서 겪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중 가장 심화 있게 다루고 싶었던 문제는 ‘낙상문제’였어요. 노인분들의 집의 경우, 단차가 높아서 집 안에서 밖으로 나오실 때 몸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다리가 흔들려 넘어질 수 있는 위험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주변 집들이 모두 그런 구조를 띄고 있으니 노인분들은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시고 그냥 살고 계셨더라고요. 주변 분들, 군청 직원분들도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하셨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그대로 살고 계셨던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보였어요. 또, 낙상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서 해결이 안 되고 있는 것 같아 저희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어요. 자료를 수집하고 낙상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기 시작하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믿어 계속 노력해 나가고 있어요.
아직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단계이기에 프로그램이 끝난 직후에는 크게 느껴지는 변화가 없었어요. 의성의 변화를 기대하며 저는 남기로 결심했어요. 이러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논리적인 자료를 만들고, 관련 제품을 만들어 공모전에 참여하면서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는 동시에 제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논리적 완결성을 가지면 저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아직은 그 완결성이 부족한 것 같아 남게 되었어요. 사회적으로 변화가 나타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내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만큼까지 만들어보는 것이 저의 목표예요.
Q. 노인분들의 반응은 어떠셨나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를 가장 바라는 것은 노인분들이시니까 기대가 있으셔서 저희에게 언제 문제를 해결해줄지를 여쭤보곤 하세요. 하지만 저희는 문제 해결을 즉각적으로 하는 사람들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를 쌓는 역할을 하는 청년들이라고 말씀드리면 실망하시는 모습을 보이시더라고요. 바로 해결을 해드릴 수가 없어서 죄송스러워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제품을 개발해서 도움을 드리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제품만 잘 개발이 되고 문제의 심각성이 전달이 된다면 함께 해주실 분들이 있을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희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기존의 제품들 중에 개발이 필요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특히 안전 손잡이 같은 경우, 올라갈 때만 안전하게 잡을 수 있고 내려갈 때는 손목이 꺾여 제대로 잡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닌데 내려갈 때가 더 위험하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개발하려고 해요. 노인분들이 제품을 사용할 때 가장 활용도가 높고 가장 위험성이 낮은 방식으로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또한 저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자원봉사센터장님이 계시는데 집을 보수하는 단체를 소개해 주고 싶다 하셔서 단체와 협력하면 계단을 수리하는 등 낙상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니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는 청년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하기 위해 제품도 개발하고 협업하며 노력할 거예요.
Q. 프로젝트를 개발하여 비즈니스화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나요?
저의 최종 목표는 소셜 벤처를 만드는 것이에요. 처음부터 사회적인 일로 시작하면 사회단체의 성격이 강해져 제가 원하는 구조가 나오지 않더라고요. 비즈니스를 통해서 소셜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면 더 좋은 소셜 벤처를 만들 수 있고 제가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품을 개발하면서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얻고 그 후에 사회적인 일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회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장 어떠한 사업과 연계하여 사회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지금은 사회적인 일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나중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키워 소셜 벤처를 만들도록 차근차근 노력해 나가고 싶어요. 아직 비즈니스도, 소셜도 잡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현재는 비즈니스를 배운 후에 소셜과 블랜딩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의성에서의 낭만적인 삶은 어떠한 모습인가요?
의성에서의 삶도 낭만적인 삶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에서 흔히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에 가거나 선택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수입으로 직결되는 것이 아닌 로컬에서의 프로젝트를 택해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제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그 길 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저는 충분히 낭만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의성은 어떠한 지역인가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주변에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나게 되어 의성이라는 곳도 좋아졌어요. 또한, 이 공간은 도전의 장벽이 낮아 자유롭게 무엇이든 도전하고 새로운 시작이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주변 분들도 같이 도와주시기에 저에게는 굉장히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운 곳이에요. 그래서 만약 창업을 시작한다면 의성에서 도전하고 싶어요.
Q. 나만의-성에 오기 전후의 생각이나 삶 등에서 변한 부분이 있을까요?
평소에는 노인의 삶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보지 않았어요. 노인분들께는 관심이 많았지만 노인분들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시는지, 어떠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분들과 가깝게 지내면서 삶의 좋은 마무리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노인분들은 마무리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죽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삶을 잘 마무리할 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고 삶을 살아가는 것뿐만이 아니라 마무리하는 것에 대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잘 살아야지라고만 생각했다면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잘 살다 가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고 지금만 행복한 것이 아닌 좀 더 깊게 삶을 돌아보게 된 변화가 생긴 것 같아요.
Q. 아직 청년마을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서울에서 혹은 도시에서 살면 건물이 너무 많고 사람들도 많아서 모든 것이 빠르고 세상이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사실 도심이 수많은 건물에 둘러싸인 좁은 곳이라고 생각하여서 그곳에서는 행복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마냥 행복을 찾아서 오라고 하는 것도 좋지만, 로컬에 대한 생각 없이 그저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로컬이나 청년마을에 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꼭 로컬이 아니더라도, 본인들이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을 향해 사는 건 어떨까 해요. 요즘은 그저 흐르는 대로 사는 청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렇게 살면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흘러가고 그 안에서의 우리 모습이 너무 힘드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본인이 어떨 때 행복한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를 생각할 여유조차 없더라고요. 그저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소셜 섹터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서에요. 그럼 저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고요. 로컬이 절대적인 답은 아니지만 행복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청년마을을 선택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