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썸데이

뭐든 저질러야 기적이 일어나는 법이니까요

by Loche


2025년 7월 14일 저녁 7시 30분 대학로 무하아트센터에서 대학로 오픈런 평점 1위 뮤지컬 <썸데이>를 아들과 함께 관람하였다. 서울대치과병원에 아들 어금니 충치 러버댐 치료를 하러 온 김에, 지난 번 진료 후 관람했던 <죽여주는 이야기>에서 공연 시작할 때 퀴즈에서 받은 무료관람권 2매 덕분에 네이버 예약수수료 일인당 2000원만 추가해서 관람하였다.


커튼콜 사진인데 다들 노래 실력도 좋고 연기도 잘해서 100분의 시간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금방 지나갔다. 약 3주 전 아들 치과 진료 끝나고 봤던 두 편의 공연 중에 두 번째 <죽여주는 이야기>가 기억을 떠올고 싶지않은 극저질이었던지라 별 기대 없이 썸데이를 보게 되었는데 아주 대조적으로 감동적이고 눈과 귀가 즐거운 훌륭한 뮤지컬이었다. 입장하면서 아들에게 말하기를 공연이 별로면 지난번처럼 중간에 나오자고 미리 말해두었는데 웬걸, 공연 시작한 지 몇 분 안돼서 22시로 예매해 놓은 버스표를 23시로 변경할 정도로 좋았다. 연 끝나자마자 잰걸음으로 급하게 터미널로 가기보다는 아들과 천천히 걸어가면서 공연에 대해 음미하며 감상 후기를 나누고 싶었다.

왼쪽에 앉아있는 지해역 배우님이 연기도 이쁘고 노래도 아주 이뻤다. 내 뒷자리에 앉은 아들이 소리 없이 엄청 울었다고 공연이 끝나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바 사장인 우연희역님도 참 연기 잘하였다. 연수역도 잘하고.

관객들도 많았고 공연장에 입장하였는데 아주 은은한 좋은 향기가 공간에 퍼져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계자에게 어떤 향을 썼는지 알려달라고 물어보니 특별한 향료를 쓰지는 않았고 배우들의 체취나 화장품 등의 잔향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겠냐는 답변이었다. 아주 섬세한 후각적 즐거움에서부터 시작해서 매우 만족스러웠던 뮤지컬이었다.



아래 줄거리와 출연진 소개는 브런치 매거진 '작은 비의 연극평론'과 네이버 블로그 '알로하 라일을 문화생활'에서 따옴


뮤지컬의 주인공 연수는 싱어송라이터가 꿈이지만, 아버지의 과잉보호와 간섭에 답답함을 느낀다. 스무 살 생일을 맞아 썸데이 바에서 바의 주인인 '우연희'와 대화를 나누고 누군가가 가사를 적어둔 신비로운 다이어리로 인해 칵테일을 마시다가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20년 전 아버지(이암)의 스무 살 시절로 타임워프를 한다. 아버지(이암)는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바에서 노래를 불렀고, 어머니(지해)가 아버지와 사귀고 아이를 갖게 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지해 몸에서 종양이 발견되고 아이를 잃고 싶지 않았던 지해는 아이를 낳는 대신 시한부 삶을 택하게 된다. 연수는 과거 지해와 이암의 친구로서, 그리고 동시에 딸로서 옆을 지키다가 꿈에서 깨어나면서 뮤지컬이 끝이 난다.


뮤지컬의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다. 죽음을 기다리는 지해, 그리고 '우리'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한 이암, 그리고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딸 연수로 인해 장중의 분위기는 매우 무겁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멀티인 '썸데이'가 유머로 풀어준다. 멀티역은 술꾼여자, 의사 1,2,3, 심사위원, 연수친구, 난입걸, 도믿걸 등의 역할을 아주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 관중을 박수치고 웃게 만들어준다.


출연진(캐릭터 소개)


유지해

행복의 아이콘이자 긍정적인 여자, 이른둥이로 태어나 몸이 약하지만 특유의 긍정으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작가 지망생이고 이암에서 첫눈에 반해 그의 음악에 가사를 써주게 된다.


김이암

연수의 아빠이자 지해의 남친, 노래를 좋아하고 돈보다 위에 있는 가치로서 노래를 사랑한다. 불치병에 걸린 아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음을 알고 자신과 자신의 음악에 회의를 느낀다.


김연수

아빠의 반대를 거약 할 용기는 없었지만, 실용음악과에 지원하고 붙어버린다. '차라리 떨어졌으면...' 하는 생각으로 생애 첫 술을 마시게 되고 <Someday>에서 운명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우연희

<Someday> 바의 주인. 이암의 오랜 친구이자 함께 꿈을 꾸던 사이. 지해를 사랑하지만 지해의 사랑이 이암임을 알고 옆에서 그저 지켜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아픔을 견딘다.


썸데이

술꾼여자, 의사 1,2,3, 심사위원, 도믿걸, 연수친구, 난입걸


커튼콜 릴레이 송

작년까지는 아이들과 서울대병원에 진료받으러 올 때에는 끝나고 대학로 초밥집에 가서 사주기도 했는데 올해는 돈이 없으니 지난번도 이번에도 병원 구내식당에서 값싸게 먹었다. 하지만 예술 공연을 보는 것만은 아끼고 싶지 않았다. 다른 건 다 아끼고 절약하더라도 자녀와 공연을 같이 보는 것은 두고두고 남는 추억이고 공연을 통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각자 나름대로 어렵고 힘든 삶의 굴레에서 잠시 빠져나와 용기를 얻고 힘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작은 사치는 계속해서 누리고 싶다.


목요일부터는 공주문예회관에서 시작되는 고마나루(공주의 옛 이름) 국제연극제에 간다. 이번 주 공연은 대부분 자녀들과 같이 관람하게 될 것 같다.


어제 뮤지컬 공연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7월 하반기도 또 다른 여운을 얻게 될 것 같아 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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