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고 싶은 사람

by Loche


두 명의 여자가 생각난다. Y와 O. 둘 다 결혼까지 생각했던 이들.


Y는 부모님께 인사도 왔으나 아빠의 강한 거부로 끝난 사람. 사유는 종교. 정말 철없던 시절이었지. 그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모르고, 아니 별 문제 안될 거라고 쉽게 생각하고 아주 낭만적으로 사랑했던 여자. 아직도 그 교회에 다니나 교회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그녀 사진이 보였다. 권사님이네. 참 꾸준하게 열심이구나. 종교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여자. 자기를 사귀는 유일한 조건은 자기랑 교회 다니는 것이었고 그녀의 권유로 그 교회에서 세례도 받았다. 아빠는 그 점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시댁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시댁을 바꿀 여자로 보셨으니 그날 이후 결혼은 완전히 단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런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사귀지를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다. 다 내 잘못이었다. 그녀는 아빠의 거부 이후에도 한동안 울며불며 나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많이 많이 미안했던 사람.


Y와 헤어지고 몇 년간 조용히 살다가 새로 만난 O는 무척 이뻤다. 지금도 그녀를 생각하면 황홀하다. 유럽 생활 초기의 낭만은 그녀 덕분이었다. 나폴레옹 루트를 따라서 렌터카로 같이 남프랑스를 여행했던 추억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여행 다니면서 결혼이 하고 싶어 졌는데 여동생들과의 대면에서 좋은 인상을 심어 주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결혼 상대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O도 나와 결혼하고 싶어 했는데 내가 결혼은 아니라고 말하니 그녀도 나를 대하는 온도가 예전 같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드디어 결혼 상대자를 만나게 되었고 결국 O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한국에 갔을 때 그녀를 다시 만났. 그리고 2주 후 인천공항에서 진한 포옹으로 작별을 하였다. 출국 게이트 주변의 많은 여행객들 앞에서 배웅나온 아름다운 그녀와 마지막 긴 키스를 하는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영화같은 장면이었지. 그녀는 정말 이뻤다.


둘 다 나에게 한없이 잘했던 여자들. 그래서 세월에 많이 흘렀음에도 다시 보고 싶은 것 같다. Y는 소재 파악이 되니 언제든지 주말에 그 교회에 가면 그녀를 볼 수 있겠지만 O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서치를 해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내가 꿈꾸는 것들이 실현되면 흥신소에 의뢰해서라도 O를 찾아내 연락하고 싶다. 그리고 그녀를 지중해로 초대해서 요트 여행도 같이 해야지. 예전에 같이 놀았던 니스 해변도 다시 가보고. 밝은 햇살 아래 연하늘 색 비키니 상의를 니스 자갈해변에 벗어 내려놓고 바닷물에 걸어 들어가니 너무도 편하고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고 환한 미소로 아하던 그녀가 기억난다. 주변에 있던 중학생쯤 돼 보이는 프랑스 남자애들이 어여쁜 가슴을 드러낸 그녀 근처로 와서 물장구치며 좋아하는 모습도 웃겼다. 사내애들이란.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게 좋다는 말처럼 내가 기억하는 그녀와 현재의 그녀는 크게 다를지도 모른다.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오래 전의 황홀한 꿈을 확 깨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일단 흥신소 직원에게 그녀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하고 만날지 말지 생각해 볼까. 암튼 그녀는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인생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에 어쩌면 내 그릇에 어울리는 사람이 언젠가 새로 나타날 수도 있다. 결혼은 한 번 했으면 그걸로 됐고. 과거의 그녀들을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잠깐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것 이상으로 진전시킬 욕구를 못 느끼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한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다. 그냥... 보고 싶은 얼굴들이 떠오르네. 그 둘만 그렇고 그 외 the others는 안중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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