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공간

by Loche


금요일 저녁, 나만의 공간에서 자발적 야근을 하고 있다. 다음 주 강연 자료 작성을 위해서.


여러 명이 같이 쓰는 공간에서 이사 오면서 많은 것을 버리거나 놓고 왔다. 그때는 오래도록 보관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던 서류와 대부분의 책들이 지금은 버려도 아쉽지 않았다. 옷장, 오픈 책장, 보조 책상, 보조 사물함도 그대로 두고 단촐하게 기억자 책상 하나, 문 달린 책장 하나, 작은 서랍 하나만 가져왔다. 공간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가급적 빈 채로 두고 싶었다. 공간에서 몇 걸음이라도 걸을 수 있는 여백이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다. 반면에 팀장은 그의 공간을 걸어 다닐 틈도 없이 가득 채웠고, 또 다른 팀원은 나보다도 더 비어있다.


천장에 달려있는 냉난방기를 며칠 써보니 건조하다. 피부가 마르고 입술도 눈도 마른다. 그런데 개인 전열기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게 문 달린 책장 아래 두 칸을 비워두고 거기에 들어갈만한 크기의 라디에이터를 샀다. 근무 시간 중에서 꺼내서 사용하고 퇴근할 때 책장에 감춰두는 걸로. 한동안 사용 안 하고 집에 처박아두었던 가습기도 가져와야겠다. 두어 달 전 당근에서 닐링체어를 중고로 만원에 구해서 집에서 써봤더니 허리가 편해서 하나 더 구해서 회사에서 써보려고 한다.


집이 주택이다 보니 겨울에는 아파트처럼 위아래층의 간접난방 수혜를 보지 못하고 난방비가 많이 나와서 오들오들 떨면서 지내는 편인데 회사에서는 맘껏 따스하게 지내도 내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모니터도 큰 거 두 개가 있으니 조용히 일하고 공부하기에는 집보다 좋다.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서 조용히 개인 업무를 볼 계획이다. 또한 집에 있으면 책 보다가도 피곤하면 바로 누워서 쉬다가 자기 십상인데, 사무실에 나와있으면 계속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남 신경 안 쓰고 혼자 조용히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니 심리적 안정감도 커졌다. 혜택을 보게 된 만큼 팀에 대한 기여도 예전보다 더 신경 써서 하게 될 것 같다.


밖은 추워도 마음은 춥지 않다.

이번 겨울은 작년 겨울보다 편하고 차분하고 온화하다. 과거를 진정한 과거로 만들었기에


2024 프랑스 공쿠르 상을 받은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 카멜 다우드는 지난주에 내한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는 현재가 만든다. 과거에 대한 장례를 치르고 진정한 과거로 만들 수 있다면 현재를 도울 수 있다. 우리는 과거를 과거로 두어야 현재를 살 수 있다. 연대(Solidarité)는 독자를 통해서 일어난다. 스토리는 연대의 방식이다. 글쓰기는 다른 곳으로 가져가는 과정이다. 언어를 되찾고 변형시켜야 한다. 늘 글을 쓰라. 침묵에 대해서 쓴다. 작고 낮고 희미한 빛에 반응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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