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게임의 과학

by Loche


내일은 올해의 첫 가족 스킹 날이다. 한 명은 아직 학기 중이라 못 가고, 또 한 명은 일 년 남은 입시 준비로 안 간다. 그래도 셋이 갈 수 있는 게 어디야, 둘과 셋의 차이는 크다. 주말은 사람이 많아서 기다림과 충돌사고의 위험 때문에 안 가고 한적한 평일에만 휴가 내고 간다. 그래서 일 년 중에 휴가를 아껴두었다가 겨울에 많이 쓴다. 리프트도 싸고.


봄가을은 선선해서 좋고, 겨울은 스키를 탈 수 있어서 좋다. 여름은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계절이고 여행 목적으로는 하루도 여름휴가를 쓰지 않는다. 만약에 여름에 휴가를 낸다면 그건 에티오피아처럼 고지대에 있는 나라나 남미를 갈 때겠지.


20년 전 겨울에 모스크바로 대외협력 출장을 갔을 때 별로 춥지 않았다. 그때 섭외한 조지아 출신의 가이드가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고 말한 게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다.


나는 겨울이 좋다. 겨울의 차가움, 회색빛(이면 더 좋겠지만 상상이라도 해본다), 겨울 산의 눈이 시린 하얀 설원과 맑은 공기, 햇빛을 받으며 오랜 시간 걸어 다녀도 잘 타지 않는 피부,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사색의 시간, 운동하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 겨울이다. 한국은 겨울이 짧아서 더 아쉽게 느껴진다. 만약 노르웨이처럼 겨울이 길고 해 뜨는 시간이 짧다면 그건 나도 안 좋아할 테지만.


지난 일 년의 여정을 돌아보며 내년을 계획하는 12월. 겨울이 있기에 변화와 성장이 있다. 그래서 또한 겨울이 좋다.


오늘 다시 떠오른 생각은 모든 삶의 행로와 인연은 내가 끌어당긴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선택했다. 일 년간 홀로 있어보니 더 잘 알겠다. 다 내가 선택한 거야. 그 선택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결국에 나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긍정으로 승화한다. 어떤 선택이었든지 거기에는 반드시 배움이 있었고 그 경험은 정말 소중하다. 경험해보지 않고 아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나는 경험을 해야만 아는 사람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란 말은 산과 물의 단맛과 쓴맛, 우여곡절과 온갖 풍파를 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체험하지 않고 말로만 들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경험을 통해서 단단해지고 흔들리지 않게 된다. 그럼으로써 과거와 단절하고 과거인물에 대한 장례를 치르고 자신 있게 미래로 돛을 펼 수 있다.


요즘 저녁에 산책을 하면서 거리 구석구석을 눈에 담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눈에 띄는 문구는 "Stop Thinking, Start Doing"이다. 많이 움직이고 정리하고 가시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어제 E-Sports 감독의 강연에서 배운 것은 게임의 과학이었는데,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 인간의 시야 구조상 움직이는 쪽이 정보를 먼저 얻는다는 것이었다. 같은 순간에 서로를 본 것 같아도 피커(Peeker)가 시야 각도와 상대 속도에서 몇 프레임 빠르다고 한다. 그러므로 가만히 있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내가 지리멸렬하게 죽지 않고 생존해서 성취하려면.


아마추어와 프로게이머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프로는 반복된 행동을 통해 신경 회로를 강화하고, 자주 쓰는 판단은 자동화되며 쓰지 않는 회로는 약화된다. 이를 신경 가소성이라고 한다. 아래 사진처럼 신경 회로를 고속도로로 만들어야 한다. 내가 꿈꾸는 것을 이루려면.

한상용 감독의 '게임은 과학이다' 강연

고속도로를 만드는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작정 많이 하기, 에임만 반복, 상황 없는 연습, 흥분한 상태로 게임하기이고


해야 할 것은 정보 우선순위 훈련, 예측 기반 플레이 복기, 사운드 -> 위치 파악, 스트레스 상황에서 의사 결정 반복이다.

프로게이머들도 메모장을 활용해서 복기를 한다. 아주 상세하게 기억을 다 떠올리면서.

그리고 프로골퍼 잭 닉클라우스 수영선수 펠프스처럼 이미지 트레이닝도 계속한다.


상기 게임의 과학은 게임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 똑같이 적용된다.


일 년 내내 기다렸던 겨울을 이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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