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의 겨울

묘생

by Loche


어렸을 때 집 마당에 닭도 개도 있었다. 개들이 새끼를 낳아 다 큰 개가 열 마리가 되던 때도 있었다. 사료값도 많이 들었고, 개 냄새도 많이 나고 개들이 집건물을 돌아 달리면 땅이 우두두두 떨리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이미 충분히 질리도록 경험해 봤기에 동물을 키운다는 것에 대한 바람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다. 돌봐야 할 자녀들도 많은데 동물까지 키울 여력도 돈도 없다.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자식 키우는 것과 똑같기에 그렇게 사랑을 줄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키우거나 입양할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잘 안다.


한 달 전에 마당 전지와 청소를 싹 하고 나니 길고양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눈에 띈다. 먹을 것을 주지는 않지만 눈이 마주칠 때마다 미소로 쳐다봐주고 지나가니 나를 피하지는 않는다. 햇살을 받으며 움츠려 있는 모습을 보니 얘네들이 겨울을 잘 날 수 있을까. 3년 전에는 차고 안쪽에서 냄새가 나길래 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고양이가 죽어서 말라 있었다. 2년 전에는 현관문 앞에 한 마리, 대문 옆 향나무 아래에 한 마리가 얼어 죽은 것을 보았다.


과연 얘네들은 겨울을 잘 날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돌보고 싶지는 않다. 내 아이들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으니까. 집을 만들어주거나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고양이들은 나에게 의존하게 된다. 내 집 마당이 고양이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 고양이가 태어난 게 내 책임은 아니니까 너희가 알아서 생존해야지. 안 챙겨준다고 미안한 마음 가지고 싶지 않다.


모두에게 그리고 모든 것에 다 잘하기는 어렵다. 그러기에는 나의 관심도 에너지도 경제력도 한계가 있어. 자녀들에게 잘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나중에 상황이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래.


겨울 잘 나기를 바라. 그리고 가급적이면 생을 마치더라도 내 집 마당이나 차고가 아니었으면 좋겠어. 죽어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기분 좋은 것도 아니고 사체를 치우는 것은 참 그래.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