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근이

by Loche


작년 겨울과는 달리 이번 겨울에는 잠자고 책 보는 방 말고는 난방을 하지 않는다. 주방과 거실도 그리고 욕실 겸 화장실도 전혀. 요사이 수은주가 많이 내려가다 보니 거실 온도가 5도까지 떨어졌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방의 난방도 완전히 끄고 가서 밤 10시 넘어서 퇴근하고 와보면 방온도는 12도 정도로 낮아진다. 아침에 샤워하고 출근 준비하는 중에 오들오들, 점심때 집에 와서 챙겨 먹을 때에도 추운 거실에서 외투만 벗고 차가운 바닥의 발 시림을 느끼며 먹는다. 밤에 집에 와서도 전기전열기로 급속 가열을 해도 냉기가 가시는데 시간이 걸려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시간이 길다.


단독주택에 살다 보니 샌드위치 구조의 아파트와는 달리 난방비가 꽤 많이 든다. 평소에 요리를 해 먹는 편이라 주방과 거실에 약하게 틀고 화장실 바닥도 따끈하게 해서 어느 정도 삶의 품위를 누리는 편이었으나 올해 들어 경제적으로 팍팍해져서 난방비를 넉넉하게 지출할 형편이 안된다. 잠자는 방 온도가 20도는 넘으니 아직도 더 줄일 여지는 있지만 이번 달 전기값이랑 가스비 청구서 보고 판단해 보기로 한다. 1월부터는 18도로 세팅해 놓고 살아볼까. 프랑스에 살 때 옆 방 프랑스 여자애가 자기는 18도로 살아도 아무 문제없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아니면 아예 확 12도로 자볼까. 그러려면 지금처럼 팬티와 얇은 반팔이 아닌 긴팔 긴바지 잠옷이 필요하겠지?


25년 된 세단의 휠이 부식이 많이 되어 타이어의 바람이 빨리 빠진다. 차량용 12V 공기주입기로 40 psi로 넣어주고 열흘 지나면 25 psi로 내려간다. 매번 신경 쓰는 것도, 공기 주입하는 것도 시간 낭비이고 차 운행의 안전에 위험 요소이기도 해서 휠을 새로 샀다. 하나에 십만 원씩. 오래된 역수입 차량이라 부품 알아보는 것도 전국의 기아부품대리점을 뒤져봐야 했다. 콜센터를 통해서 알아보니 내가 사는 도시에 두 개가 있고, 분당 부품대리점에 두 개가 있어서 며칠 전 애들과 용평에 스키 타고 내려오다가 들러서 두 개를 샀다. 나머지 두 개는 수명이 거의 다한 앞타이어 두 짝을 바꿀 때 임박해서 사면된다. 어차피 그 휠 사갈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유지관리비 측면에서 봤을 때 차를 바꾸는 것보다 지금 차를 계속 수리해 가면서 타는 게 비용이 적게 든다. 보험비와 세금도 최저로 나오고 자기 차량손해 항목도 안 들어도 된다. 여차하면 폐차해도 그다지 아쉽지 않으니.


내일이 생일이다. 목을 감싸주는 목폴라 니트가 있으면 좋겠건만 챙겨주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아마도 금융자산 50억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수십 년 묵은 목폴라 니트 두 개가 그때까지 옷으로써의 기능을 계속 유지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원래 내일 생일 기념으로 아이들과 1박 2일 강원도 스키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일주일 전 용평 레드 직벽에서 쏘다가 범프에 스키가 걸려 넘어지면서 왼발목 인대에 무리가 간 것 같다. 그때는 잘 못 느꼈는데 오늘 걸어보니 걷는 게 자연스럽지가 않아서 예약해 놓은 용평 빌라콘도 28평형도 취소했다. 형제들과 그린피아 콘도 회원권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린피아 25평형으로 알아봤더니 마운틴뷰는 14만 원인데 잔여객실이 없고, 슬로프뷰가 15만 원이다. 회원이어도 부담되는 가격이고 빌라콘도 28평은 13만 원이어서 2만 원 차이가 크게 느껴져서 그쪽으로 예약하였던 건데 취소하니 돈 굳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스키는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든다. 스키웨어도 장비도 갖춰야 하고, 어느 정도 레벨에 올라갈 때까지 레슨도 받아야 안전하다. 그 이후에는 (당일 치기의 경우) 주로 차량 경비와 리프트비만 지출하면 되는데 (스키 엣징 도구도 있고 엣지정비 교육도 받았고 왁싱도 전용왁싱다리미로 스키 타고나서 아이들 스키까지 매번 직접 셀프 왁싱한다. 대회 나갈 것도 아니니 왁스만 녹여 바르고 샌딩 없이 끄읕. 식사는 집에서 만들어 가거나 스키장 밖에서 김밥을 사가지고 가서 먹고 스키장 안에서는 비싸서 안 사 먹는다.) 카드 할인 30%를 받으면 서너 시간에 4~5만 원 선이다. 비발디파크나 웰리힐리는 신한카드가 있으면 50%로 할인이 되고 하이원은 중개인들이 50% 할인 쿠폰으로 싸게 구매대행해주기도 한다. 론 스키 시즌권이나 다섯군데 X5를 사서 다닐 수도 있겠지만 올겨울은 여기 저기 안가본 스키장 투어가 목적이기에 시즌권 구매는 하지 않았다.


지난 월요일에 용평에서 스키 타면서 느낀 건데 그 가격이면 충분히 돈 값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얀 설원에서 좋은 공기 들이마시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스키라는 운동의 특성상 계속해서 상하체 분리 운동을 한다. 몸을 꼬으면서 트위스트 트위스트하는 것이 평상시에 하지 않는 동작이기에 몸을 유연하게 풀어줘서 참 좋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아이들이 다 스키를 좋아해서 하루 종일 같이 시간 보내면서 자식과의 소통과 친밀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스키가 아닌 주말에 외식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은 애들 입장에서는 나를 위해서 시간을 써야 하는 부담이다.


작년 9월 이후로 머리카락을 계속 기르고 있다. 유일한 이유는 한 달마다 미용실 가는 비용 18000원이 아까워서이다. 이 추운 겨울에 머리가 짧으면 목이 시리기도 하고, 잘 보여야 할 대상도 없다. 탱고 할 때에는 3주에 한 번씩도 자르곤 했었는데 말이지. 날 더워지는 4월 이후에 원래대로 짧게 자를 계획이다. 미용실은 일 년에 세 번에서 네 번 이하로 줄여본다. 요트 세계일주하는 모칠레로는 유럽의 머리 자르는 비용이 아깝다고 이발기로 직접 머리 자르던데, 어렸을 때 아빠가 이발 기계 사서 이발천 두르고 내 머리 잘라주신 적도 있다. 이참에 나도 이발기 사서 셀프컷 배워서 해볼까. 갈수록 서비스와 인건비가 비싸질 것이고 노르웨이인들이 레스토랑에서의 외식은 어쩌다 특별한 날만 하는 것처럼 저 낮은 곳으로 임해서 근근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겨울에 입는 30년 넘은 버버리 코트가 두 개 있다. 이걸 세탁소에 맡기면 드라이클리닝 비용이 3만 원 가까이 나온다. 그래서 작년에 세탁기 울세탁 모드로 약하게 물세탁해봤는데 구김이 좀 가기는 하지만 시간 지나면 티 안 나게 펴지고 옷감에 손상이 가는 것 같지는 않아서 앞으로도 자가 세탁으로 드라이클리닝 비용을 아낄 생각이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이번 겨울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