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향하는 존재는 스페인어로 BASE SEGURA이다. 영어로는 Secure Base, 한국말로는 안전기지이다. 피난처가 될 수도 있겠다.
올해부터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알게 된 개념이다. 정말 힘들 때 편히 쉴 수 있는 곳, 지친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곳, '언제라도' 나를 받아줄 수 있는 곳, 나를 기다려주는 곳이다,
'곳'을 '사람'으로 바꾸면 어떤 경우에도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같이 있을 때 편안하고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 품에 안겨 맘껏 울어도 다 받아주는 사람.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존재가 될 수도, 나 같은 경우에는 '책과 글쓰기'가 하나의 안전기지가 된다.
표지 사진의 초상화는 우루과이의 화가 Jose Gurvich이고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와 전업 화가의 길 중에서 고민 끝에 화가를 선택했지만 그의 작품 일생에서 바이올린은 늘 그의 옆에 있었다. 그에게는 바이올린 연주가 안전기지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Museo Gurvich Montevideo Uruguay
Museo Gurvich Montevideo
안전기지는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이고 변하지 않는 '최후의 보루'이어야 한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안전기지가 될 수 없겠지.
모든 이에게 안전기지가 되어줄 수 있다면 그건 성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일 테고우선은 내 가족과 나의 친한 지인에게 한정해서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은 지 반년이 지났다.
오늘 문득 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나의 심리 상태가 과연 안전기지다운가. 그렇지가 않음을 인지한다. 스스로 안전기지가 못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성이 많이 깨진 상태이다. 왜 그럴까. 나는 안다. 그리고 감사한다. 흔들려보지 않으면 내가 나의 상태를 체크할 수 없다. 심하게 아주 심하게 흔들려봐야지만 내가진정으로 안정되어 있는지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흔들어주는 이들과 상황에 대해서 늘 감사한다. 그들과 그 상황들 덕분에오늘의 내가 있다. 회복탄력성도 갈수록 좋아져서 한쪽으로 눌린 시소가 다시 평형 상태로 돌아오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로 빨라지기도 한다.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전 기지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에게는 평생 불가능할 수도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겠지. 하지만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고 변화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의외로 쉬울 수도 있다.
흐트러진 나를 인지하고 안전 기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깊은 평형 상태로 들어감을 느낀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며칠 만에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안 가본 밀롱가를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