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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As 밀롱가 탐방 1일차

삶과 탱고의 방향 점검

by Loche

만 4년이 넘은 50개월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 밀롱가에 다시 왔다. 첫 번째 가는 곳은 Palermo 지역에 있는 라비루따 La Viruta. 지난 여행에서 갔었던 시칠리아의 밀롱가도 같은 이름의 팔레르모 도시에 있다.

라비루따 건너편에 성당이 있고 전에 왔을 때는 그 성당에서도 밀롱가가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거기서 밀롱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아마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밀롱가가 사라진 것 같다.


우루과이에서 넘어오는 날부터 가고 싶었으나 도착하는 날은 무척 피곤해서 못 갔고 그다음 날도 결국은 졸려서 못 갔다 그리고 오늘.

오랜만에 보는 라비루따 입구

지하 입구의 패널은 예전과 같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라비루따는 수요일 날 밤이 제일 좋다고 한다. 내가 간 날은 금요일 날 저녁. 집주인 여자도 탱고를 하는데 이날 나에게 두 곳을 추천했고 한 곳은 여기이고 또 다른 곳은 bilongon이었다. 우선은 라비루따를 가보고 싶어서 이곳으로 왔다. 이날 밀롱가 스케줄은 살사 수업이 1시간 정도 있고 그 이후에 탱고 수업이 있고 그다음에 탱고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고 이후에 밀롱가가 있는 일정이다. 사진은 살사 수업 중인 모습.

살사 수업. 공지는 수업 시간은 1시간 정도 했는데 실제로는 1시간 반 정도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탱고 수업이 줄어든 편. 이때 알아챘었어야 했다. 나는 역시 눈치가 너무 없다.


탱고 수업은 비기너, 인터미디엇, 어드밴스트 레벨로 공간을 셋으로 나눠서 했고 사람도 많았다 나는 어드밴스드 레벨로 들어갔는데 어드밴스드 레벨에 들어온 사람들도 실력이 별로 높지 않았고 남녀 커플의 선생도 피구라 위주의 수업이 진행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만. 수업이 끝나고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기 전까지 밀롱가 음악이 나왔고 수업 때에 같이 한번 해 봤던 아르헨티나 여자분과 밀롱가 세곡을 췄다. 이후에도 밀롱가 음악이 계속 나왔으나 나는 평소 밀롱가 한 딴다 세 곡 추면 끝나는 습관이 몸에 배어서 잘 줬다고 얘기하고 들어왔다.

탱고 오케스트라 공연. 예전에 봤었고 두 달 전 한국에도 왔었던 Romantica milongera 오케스트라보다는 별로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밀롱가에서는 여러 오케스트라와 악단 그리고 다양한 표현 예술 공연을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입장료에 다 포함되어서 볼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단체 수업도 추가 비용이 없고.


약 1시간 정도의 오케스트라 공연과 라이브 밀롱가가 끝나고 본격적인 밀롱가가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탱고가 아니라 살사 음악이 계속 나오면서 사람들이 살사를 추는 것이었다. 그제야 나는 알게 되었다. 이 날의 밀롱가는 탱고만이 아니라 살사와 탱고의 믹스라는 것을. 살사 음악이 언제 끝나고 탱고 밀롱가가 시작될 때는 예측이 안 되었길래 라비루따가 아닌 다른 밀롱가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일별로 오거나이저가 다르고 밀롱가 운영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데 금요일 밀롱가는 다음에 오지 말아야겠다.


라비루따의 입장료는 8000페소 한화로는 11,000원 정도이다. 배낭에 탱고 바지와 셔츠와 슈즈 그리고 물 한 병을 가져갔었는데 물병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직원이 와서 물은 안 된다고 한다. 다양한 먹거리와 요리도 있고 술과 물도 모두 사 마실 수 있다. 물 한 병에 2,500 페소 하나로 3,500원. 입장료는 한국과 비슷하지만 식음료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이다


아래부터 San Telmo에 있는 Bilongon 밀롱가

여기 밀롱가는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하는 밀롱가다. 라비루따에서 우버 택시를 잡아 타고 빌롱곤에 도착하니 12시 40분 정도였다. 라비루따와는 확연하게 다른 분위기와 젊은 연령대이다. 젊은 애들만의 아지트 같은 느낌. 공기가 다르다 대마초 냄새가 난다. 밀롱가에서 대마초를 피우진 않을 텐데 아마도 옆 공간에서 피우나? 실력들도 초보자는 안 보인다 다들 웬만큼 실력 되는 사람들.

새벽 1시 정도가 되니 번호표 추첨으로 LP 음반 등을 몇 사람 나눠 주고 피아노 반도네온의 연주와 함께 1인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피아노 연주자의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듯한 얼굴이다. 예술가처럼 보인다.

밀롱가에서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이런 다양한 예술 공연을 볼 수 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이다.

1인 공연이 끝나고 연주에 맞춰 가지고 사람들이 춤을 춘다. 탱고 음악은 아니고 a.m. alternative milonga라고 해야 할까.

색다른 분위기, 색다른 춤, 사람들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춤, 탱고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관념이 많이 사라지는 거 같다. 사람들이 춤을 사랑의 도구로 사용하는 느낌이 든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내가 지금까지 배워 왔던 탱고와는 많이 다름을 본다 패턴을 외워서 조합해서 하는 춤이 아닌 훨씬 자유로움을 본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여러 다양한 밀롱가가 있다고 들었다 이곳 빌롱곤만 하더라도 내가 지금까지 가본 몇 군데 밀롱가와는 달랐다. 게이들만 가는 밀롱가도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호스텔도 게이들만 가는 호스텔도 있을 정도이다.


이날 밀롱가를 오기 위해서 낮에 오후 4시까지 잠을 잤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새벽 2시가 되니 몸이 굉장히 힘들어졌다. 내가 탱고를 왜 하는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본다. 나를 위해서, 내 몸을 위해서이다. 내가 내 신체 리듬을 깨 가면서까지 하는 것은 나에게 안 좋고 그것은 내가 탱고를 하는 목적이 아니다. 쾌락과 사랑이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인 것이어야지만 나에게 좋다.


어떤 것이 나를 위한 것인가 어떤 행위가 나를 위한 것인가 내가 탱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게 된다 아무리 탱고가 좋아도 탱고로 인해서 내가 사라지면 안 되고 내가 생각하는 내가 원하는 나의 탱고의 방향 안에서 해야 할 것이다.


2시쯤 나와서 구글 맵에서 버스 노선을 검색해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 간단히 씻고 잠자리에 누우니 새벽 3시. 몸에 몹시 안 좋음을 느낀다. 아래의 어떤 이의 블로그 글이 깊이 공감이 간다

할 때뿐만이 아니라 하고 난 뒤에도 더 좋은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부아c


나 스스로 시간 조절을 하고 야식을 삼가고 술을 삼가고 내가 나를 절제하고 컨트롤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지 않을까. 문제는 어떤 외부의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조절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내가 되어야 한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과감하게 멈출 줄 알아야 된다


귀국하기 전까지 일주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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