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Via 후쿠오카

바람에 날라가지 않는 사랑

by Loche


등가방과 기내캐리어만 가져가도 쉽지 않은데 더 많이 무겁고 긴 스키 캐리어와 부츠가방까지 전부 가져가느라 나와 아이들 모두 매우 고생이다. 그 엄청난 짐을 들고 바로 삿포로로 가는 게 아니라 후쿠오카를 거쳐가는 일정이라니. 공항 체크인 카운터에서 항공사 직원들이 무슨 짐이냐고 물어본다. 그런 길쭉하게 생긴 특수화물은 이전에 본 적이 없다고. 그도 그럴 것이 후쿠오카로 스키 타러 가는 한국인은 없으니까. 후쿠오카에 며칠 있다가 삿포로로 간다고 말하니 그제야 아하~! 한다. 그러면서도 갸우뚱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루트를 생각하게 되었을까.


아이들에게 일본을 처음 보여주는 데 이왕이면 삿포로 한 곳만 가기보다는 다른 도시도 가서 비교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우선 후쿠오카를 거쳐 삿포로로 가는 항공권 가격 합이, 삿포로로 바로 가는 것과 별차이가 없기도 하였다. 게다가 후쿠오카 공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에어비앤비 아파트를 잡았기 때문에 가능하게 되었다.


왜 그렇게 무리해서 스키 장비를 다 가져갈 생각을 하게 되었냐 하면 예전에 조지아 스키 여행을 갔을 때 스키를 안 가져갔을 때의 불편함이 기억이 나서였다. 렌털 스키를 빌리는 적지 않은 시간 낭비와 비용, 맘에 안 드는 장비. 모든 장비를 다 가져가면 몸은 힘들어도 막상 도착해서 리프트권만 구매하면 바로 슬로프로 나갈 수 있는 편의성, 내 장비이기에 자신 있게 컨트롤할 수 있는 신뢰감과 안전함이 있기 때문이다. 경사가 급하고 난이도가 높고 고속일수록 장비가 중요하다. 고체 왁스와 왁싱 다리미도 가져가는 정성.


숙소는 작지만 있을 거는 다 있고 깨끗한 새 아파트이다. 아파트에서 불과 두 블럭 거리에 구글 평점 좋은 로컬 식당이 있어서 짐을 풀고 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치킨 가라아게와

모츠 나베 맛집이다.


가격도 싸고 가라아게 튀김도 기가 막히다는 아이들의 평이다. 한국 미소야에서 파는 가라아게와는 비교불가이고 처음 먹어보는 모츠 나베도 다들 잘 먹는다. 인터넷으로 알아본 모츠나베는 한국의 곱창이 들어간다고 봤는데 막상 먹어 보니 한국에서 먹었던 곱창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고 아주 부드러웠다. 육수도 참 훌륭하였다 짜지 않고.


숙소 위치가 관광지와는 한참 떨어져 있는 만큼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다 현지인들이다. 아마도 같은 회사나 지역 모임에서 사람들이 왔는지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어울리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인들의 사회상을 관찰할 수 있었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일본에 온 목적에 잘 부합하는 그런 자리가 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식당을 나와서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일본 3대 편의점 중에 하나인 세븐일레븐에 가서 다양한 먹거리를 관찰하는 아이들의 심리가 재미있다. 내가 보는 관점과 아이들이 보는 관점은 많이 다른 것 같다. 한 코너에 머물며 하나하나 세세하게 관찰을 하며 자기들끼리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돈독한 형제애를 보는 것 같아서 흐뭇하였다.


나는 아이들과 여행을 오면 아이들이 여행지를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하고 그것이 관심사다. 아이들 각자 아이들만의 관점이 있을 것이고 그것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보는 것이 재미있다.


평소에는 부모는 일하러 가고 아이들은 학교를 가고 주말에는 또 친구들을 만나고 다 각자의 일상이 있기 때문에 부모와 자녀가 같이 있으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멀리 여행 오게 되면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더 이해를 하게 되는 그런 장점이 있다.


나도 아이들의 달라지고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아이들 또한 부모를 아빠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과 번갈아 가면서 손을 잡고 걷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또는 식당 앞에서 웨이팅을 하다가 아이가 안겨온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자주 안지만 같이 여행을 와서 외국에서 길에서 안는 즐거움은 색다르게 좋다. 딸아이는 잘 때에는 아빠 옆으로 와서 등을 긁어 달라고 하고 귀를 만져 달라고 한다. 혼자 자다가도 아빠 옆으로 와서 아빠 팔짱을 끼고 자기도 한다.


내가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는지를 여행을 하면서 마음껏 보여주고 아이들은 그것을 느낀다. 아이들을 위해서 평점 좋은 식당을 알아보고 매일매일 어디를 갈 것인지,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시켜 줄지를 알아보고 또 데리고 다니는 아빠를 보면서 아이들의 아빠에 대한 애정은 여행을 거듭할수록 깊어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