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축하 스키여행
스키는 나와 아이들을 연결시켜 주는 훌륭한 도구임을 잘 알 수 있었던 날이었다. 세상 모든 관계 중에서 제일 중요한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는 스키를 계속 타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나는 겨울에 태어났다. 아이들은 내 생일이 다가올 때마다 "아빠 생일 선물 뭐 갖고 싶어?"라고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빠 생일 선물은 물질이 아니라 너희가 시간 내서 아빠랑 스키 타러 가는 거야."라고 말해 왔다. 그래서 이번 일본 삿포로 스키 여행은 아이들이 아빠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여행이기도 하다. 나중에 아이들이 직장을 다녀도 겨울에 휴가를 내서 아빠와 같이 스키 여행을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그런 '습관'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만들어 주는 중이다.
아이들의 추억에 내가 들어간다.
매번 새롭고 놀라운 여행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
즐겁고 행복하다
한국에서 경험하기 힘든 높은 수준의 초밥과 일본 음식을 한국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기분 좋게 원 없이 맛보고 기억하며
루스츠의 슬로프맵과
맑은 날씨가 드물어서 좀처럼 석양을 보기 힘든 루스츠에서 그림 같은 풍경을 담고
그 풍경에 같이 감탄하는 아들의 뒷모습도 담는다.
다 같이 가장 마지막까지 스키를 타다가 렌트카가 주차된 몇 대 안 남은 주차장으로 돌아와서 건너편 슬로프의 일몰을 바라본다.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이다.
숙소 근처의 로컬 라면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주인 노부부가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일본어를 할 줄 아는 큰 딸과 담소를 나누고 다 먹고 나서 아이들에게 초콜릿 바를 각자 하나씩 선물로 준다.
숙소아파트 10층에 있는 온천에서 다들 뜨끈하게 하루의 피로를 풀고 매일매일 여행의 기록을 각자 남기며 또 다른 내일에 대한 기대를 품으며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