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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휴식, 관광 명소 찍기

오타루, 토야호수, 지옥계곡

by Loche

1. 토요일 오타루

루스츠에서의 온종일 스키를 즐긴 후 이틀 연속으로 타기에는 아이들에게 무리가 되어서 스키는 안 타고 렌트카로 홋카이도의 주요 관광 명소를 둘러보았다. 방문지는 오타루. 한국인:중국인:일본인:서양인 = 3:3:3:1 길거리에 한국말이 자주 많이 들린다.

오타루 운하 거리

오타루는 자연적인 맛보다는 관광을 위해서 과도하게 인위적으로 조성된 분위기이다. 1.5km에 달하는 관광 골목에 있는 식당과 매점의 가격은 후쿠오카나 삿포로 시내 식당 가격의 두 배는 되었다. 아이들은 어처구니없는 높은 물가에 기겁을 하고 어서 이곳을 떠나 삿포로 시내에 가서 먹자고 해서 삿포로에서 렌트카 빌리고 바로 갔었던 초밥 식당에 가서 먹었다. 관광객들의 눈에는 건물과 거리가 이뻐 보여도 나와 아이들의 눈에는 그다지 매력이 없는 도시였다. 주차하고 걸어 다닌 지 2시간도 안 되어서 아무것도 안 고 안 먹고 오타루를 떠났다. 사 준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해도 애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가성비를 매우 중시하는 아이들이다.


2. 일요일 오전 토야 호수

원래 가고자 했던 주요 관광지는 노보리베츠에 있는 지옥계곡인데 구글 지도를 보니 숙소에서 시계 방향으로 도나 반시계 방향으로 도나 지옥 계곡으로 가는 시간은 비슷하였다. 가는 길과 되돌아오는 길이 똑같으면 재미가 없어서 한 바퀴 원을 그릴 생각을 하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 토야 호수를 거쳐서 노보리베츠를 갈 수 있고 거기서 또 집으로 오면서 해안 도로를 따라서 태평양을 볼 수 있는 루트를 선택하였다.

토야 호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여기도 역시나 많은 관광버스들이 전망대 앞에 주차되어 있고 한국인들이 많이 보인다. 다른 이들이 뷰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듯이 우리도 증명사진을 남기고 바로 다음 행선지인 지옥계곡으로 향하였다. 다만 지옥계곡으로 향하는 길이 두 갈래가 있었다. 하나는 내륙으로 빠르게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길 또 하나는 빙 돌아서 경치를 보면서 국도로 가는 길이다. 경치를 보면서 가는 길이 소요 시간이 두 배 정도 더 걸린다. 전망대에서만 토야호수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토야 호수를 끼고 쭉 따라서 다른 위치에서도 토야 호수를 계속 바라볼 수 있다.


토야 호수의 한쪽 면만 보는 게 아니라 호숫가를 따라 돌면서 다양한 모습들 그리고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집들을 보는 것이 좋았다.

타고 다니는 렌트카

3. 일요일 오후 지옥계곡

지옥계곡

지옥 계곡 초입에서 패키지여행을 온 한국의 단체 관광객에게 안내를 하는 가이드의 설명을 은근슬쩍 옆에서 듣는데 한 2분 정도 배경 설명을 하더니 왕복 40분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하면서 버스로 돌아오라고 가이드가 얘기한다.


패키지 한인 관광객들은 안으로 들여보내고 홀로 뒤돌아가는 가이드를 보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가이드하기 쉽네 저렇게 한마디 하고 뒤로 빠지고 ㅋㅋ" 했더니 아이들이 자기들도 가이드하겠다고 비꼰다. (아마도 오는 길에 버스 안에서 계속 이야기하느라 피곤했을지도 모른다)


유황 온천 특유의 계란 썩는 냄새가 난다. 지옥계곡을 둘러보고 후딱 떠났을 패키지 여행객들과는 달리 우리는 노보리베츠의 작은 마을을 걸어 다니며 온천 호텔도 둘러보고 기념품 상점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은 후 국도를 따라 태평양을 보러 갔다. 어느 정도 바다를 본 후 날이 저물어 가서 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다.


지역마다 풍경과 사람으로부터 느껴지는 느낌이 다 다르다. 노보리베츠 인근의 바닷가 풍경도 또한 다른 지역의 바닷가와는 다른 느낌이다.


같은 장소에서 같은 쪽을 보면서 찍은 사진인데도 내가 보는 것과 아이들이 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가족 단톡방에 아이들이 찍어서 올리는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들마다 어떤 시선으로 풍경을 사물을 보는지 그 미묘한 차이를 알게 되는 것이 흥미롭다.


렌트카 오디오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서 아이들의 폰을 연결해서 음악을 듣는데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자기의 폰에서 즐겨 듣는 음악들을 디제잉하였고 평소에 아이들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얘는 이런 음악을 좋아하고 쟤는 저런 음악을 좋아하는구나. 아니 어떻게 해 저 어린아이가 저런 영어 노래들을 저렇게 많이 알 수 있을까. 물어보니까 평소에 듣는 곡들이라고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더 시끄러운 노래들도 듣는데 그거보다는 조용한 노래들로 선곡했다고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에 나오는 음악도 들으면서 따라부르고 아주 오래된 추억의 노래들도 아이들이 선곡을 하고 또 같이 노래를 부른다. 내가 몰랐던 아이들의 취향을 알게 되어서 좋다.


이날 니세코 유나이티드 스키 리조트에 가서 스키를 탈까 하다가 주말이라 일본 사람들도 많이 몰릴 것 같아서 하루 더 쉬면서 관광하였고 다음 날 월요일 새벽에 니세코로 가기 전에 숙소 주변의 대형 마트에 들러 먹거리 장을 보았다. 다양한 정말 다양한 피크닉용 먹거리가 있었고 가격도 아주 저렴하 질도 괜찮아보였다.


아이들은 외부 음식 반입이 안되는 스키장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을 실감한 후 마트에서 다 사가지고 가서 점심때 주차장으로 와서 차에서 점심을 먹자고 나에게 제안하였다. (용평처럼 피크닉용 공간이 있지도 않았다.) 불필요한 지출을 안 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일치된 생각이 무척 마음에 들었고 또한 고마웠다. 따뜻한 레스토랑 내부가 아닌 영하의 불편한 차 안이라도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마음들이 기특하였다.


가는데 1시간 십여분 남짓 걸리는 니세코에서 아침 8시 반부터 시작하는 땡스키를 타려면 새벽 6시에는 일어나야 되기 때문에 다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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