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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성 Feb 06. 2021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자주 묻는다. 기품 있게 늙어가고 싶고 위트 있고 우아한 중년으로,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어떤 모습 보다도, 나의 어떤 재능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감동을 줄 수 있어서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항상 염원한다. 그래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부럽고 그림을 잘 그리는 예술가들도 참 부럽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들, 뜨개질을 잘하는 사람들도 그 찬란한 재능들이 부럽다. 재능을 뽐내는 것은 전혀 관심이 없고 단 한 사람에게라도 에너지를 전할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 그건 아마도 스스로가 음악에서, 그림에서 혹은 정성스러운 음식에서 위로를 얻고, 에너지를 얻은 경험들이 가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름다운 멜로디가 아니고, 혼이 담긴 그림이 아니어도 그저 존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위로와 감동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도 있음을 종종 발견할 때가 있다. 지독한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사람들의 눈빛에서. 그들이 직접 겪어낸 삶의 이야기를 담담하고 단단하게 뱉어내는 말투에서. 아픔을 겪어본 사람의 눈빛과 말투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이 깊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그런 것은 꾸며낼 수 없고 만들어낼 수도 없다. 시간이 그에게 고스란히 녹아있을 때만 드러난다.      


고난을 겪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가끔 유난히 가혹한 고난을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고난 속에 함몰되어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들도 있고 견디고 버텨내서 그 고난에 지지 않고 살아낸 사람도 있다. 지지 않은 사람들은 견뎌온 시간 속에서 지혜가 생기고 통찰이 생겨서 강인하면서 큰 품을 가진 사람의 눈빛을 가지고 있다. 나이만 먹고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진정한 기품이 어려있다. 얼굴 생김이 어떻든 살아온 삶에서 만들어진 이 빛은 생김을 초월해서 뚫고 나온다. 감출 수도 없고 감추어지지도 않는 사그라들지 않는 빛이다. 이 빛은 아름다운 노래만큼이나 감동을 주고 위로를 주고 용기를 주는 힘이 있다.  


아름다운 얼굴이나 빛나는 재능은 타고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깊은 눈빛을 갖겠노라고 고통을 자초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런 이들에게서 빛을 발견했다면 그런 이들처럼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길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무엇을 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나와 같은)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멋지게 나이 든 어른일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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