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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성 Aug 02. 2021

새출발 하기 좋은 8월

8월이 시작되었다. 벌써. 폭염의 한중간에 들어와 있는 요즈음이다. 한 가닥 희망이었던 여름휴가도 끝났다.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대 앞으로 15일 정도는 계속 더울 것이고 광복절을 기점으로 더위는 한 풀 꺾이겠지. 그리고 하늘이 부쩍 높아지고 바람엔 살짝 쓸쓸함이 묻어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올해 하반기의 시간엔 가속도가 붙을 테고 또 ’벌써‘라는 당황스러운 부사와 함께 겨울이 찾아오고 2021년을 보낼 준비를 할 것이다. 이 여섯 개의 문장으로 한 해를 끝내버린다는 것이 다소 억지스러운 걸까 싶다가도 이내 그리 과장되지 않았음을 확신하면서 뭔가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을 직감했다.     


2021년은 그 시작이 유래 없이 절망적이었다.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그 터널의 끝이 어디인지 내비게이션에는 나타나지 않고 그 터널의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채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밀려가듯 시작된 새해였다. 그렇더라도 새해는 새해였던지라 새로운 계획을 세웠고 실천 의지를 불태웠으며 그 끝을 장식할 자그마한 성취도 꿈꾸었다. 유튜브  영상 만들기라는 새로운 시도, 브런치 ’목요일의 안녕‘이라는 매거진의 완성,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진 못했지만 꾸준한 독서까지,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긴 하다. 하고 있긴 하지만 성과라는 것이 없고 결과물들의 밀도나 양도 이대로는 부족해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8월 1일은 1월 1일만큼은 아니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날이다.(라고 마음대로 의미 부여를 한다.)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혼자서는 잘 진도가 나가지 않는 두껍고 어려운 책들을 공부하고, 더 괜찮은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분투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 24시간을 내 필요에 따라 고무줄 늘리듯 늘릴 수는 없으니 정해진 시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로 했다. 새벽 기상을 해보기로 한 거다. 수험생이었던 시절조차도 새벽 기상을 시도해본 적이 없을 만큼 이 전략은 나와 맞지 않다고 판결내린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하나를 얻기 위해선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쯤 내놓아야 하는 게 세상 이치 아니었던가. 불쑥 12월이 찾아왔을 때 후회나 아쉬움이 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 사랑하는 아침잠을 기어이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 했다.   

  

거창하게 으쌰 으쌰 파이팅을 외치지는 않기로 했다. 요란한 다짐은 작심삼일의 결과를 초래하더라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다. 그냥 잠드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을 조금 수정하는 것일 뿐이고 일어나자마자 방황하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되는 것이다. 아주 익숙하게 늘 그래 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그다음은 시간이 나를 진정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어쩌면 8월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최악의 달일지도 모른다. 폭염이라는 빌런이 우리를 밤낮으로 괴롭히고 있지 않은가. 그저 건강하게 이 더위를 견디어 내는 것만으로도 8월에 할 일은 다한 거라고 쳐도 되는 그런 달이다. 그래서 혼자였다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마음이 잘 맞는 친구가 있기에 뭐든 시작해볼 수 있었다. 한 여름 오후 2시의  땡볕을 걸어가다 들른 카페에서 에어컨 바람맞으며 시원하게 퍼먹는 팥빙수만큼이나 내게 행복을 주는 친구가 있음에 늘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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