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으니까 일이 손에 안 잡혀서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방은 만신창이로 둔 채로.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작업을 하려고 오픈 시간에 맞춰서 도착.
컨디션이 안 좋아서 택시를 불렀다.
도착하니 아직 한가했다.
오히려 다행인 건가?
사람들이 하는 것의 반대로 하면 훨씬 쾌적한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지금 마치 나의 사무실인 것 마냥 큰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먼저 무화과가 올라간 타르틴과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무화과가 될 수도 있다.
요즘 심난해서 머릿속이 뒤죽박죽 했는데 오랜만에 조용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니까 조금 차분해졌다.
무화과+호밀빵+크림치즈+메이플 시럽의 조합은 역시 좋았다.
그리고 집에서는 절대 안 했을 투두 리스트의 대부분을 완료했다.
오늘 재택, 내일 연차 스케줄을 잘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없을 때 쉬는 게 확실히 심적으로 편하다.
그나저나 이번 추석 연휴는 뭐하나?
반대로 해야 하는 거면 집에 있는 게 맞는데 그렇다고 계속 집에 있으면 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는 것 같고.. 해서 괜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딱히
매력적인 옵션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오늘도 이렇게 잔잔하게 하루가 가는데 갑자기 나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였다.
내가 원하는 건 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
그리고 이틀 뒤면 이사를 하는데 빨리 가서 새 출발을 하고 싶다.
배가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