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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Jan 10. 2022

철 지난 호캉스

어렸을 때 종종 온 가족이 함께 고급 호텔에 놀러 간 것 추억이 있다.

그곳엔 화려한 장식과 친절한 언니 오빠들 그리고 여러 가지 음식이 늘어서 있는 뷔페가 있었다.

그리고 호텔에 다녀오면 뭔가 새롭게 가지고 오는 것이 있었다. 곰인형이든 쿠키상자든. 

그렇게 켜켜이 쌓인 호텔에 대한 좋은 기억이 성인이 될 때까지도 이어져왔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호캉스 밖에 여행의 대안이 없는 시대가 오면서, 더 이상 그 기분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전에는 호텔이 단지 선택지 중에 하나였다면, 이제는 유일한 선택지가 되어버렸으니까 말이다.

여러 호텔, 고급 호텔들에 묵으면서 점점 더 감흥이 없어진다. 

아니, 이제는 애초에 호텔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호텔에 가면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한정적이다.

보통 포함되어 있는 것은 방뿐이고 옵션을 할 경우에 수영장/사우나, 조식이 있다. 

3시에 체크인을 해서 수영을 하지 않을 경우 방에서 영화 보는 것 정도 할 수 있고 저녁을 해결한 뒤 또다시 반복이다. 조식을 먹지 않는다면 늦잠을 자고 체크아웃을 하면 그것이 호캉스의 전부다. 


호텔은 애초에 '비교적 규모가  서양식 고급 여관'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듯이, 숙박을 하기 위한 장소 일 뿐이다. 호텔은 집에서 주는 안락함, 편안함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집보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췄을지는 몰라도 집은 우리에겐 그 이상의 것들을 제공해준다. 그래서 항상 호캉스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집이 편하고 좋을 수 없다. 또, 호텔에 가면 청소를 안 하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짐을 싸고 체크인을 하고 짐을 넣고 다시 짐을 정리하고 체크아웃을 하는 과정에서 오는 피로도가 꽤나 크다. 호캉스를 하고 나면 굉장히 피곤해서 체크아웃을 한 날에는 집에서 방전되어 있기 부지기수다. 


내가 변한 건지, 시대 때문에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나에게 호텔이라는 존재가 이제 그다지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몇백만 원짜리 호텔도 집 같은 편안함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아름다운 자연에 어우러진 호텔은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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