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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FAC Dec 13. 2022

화요일의 일상




어젯밤, 진짜 약 기운인지 잠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특히 강의 듣는데 강의 때문일까? 약일까? 미지수다. 강의는 유용한듯했는데 갑자기 컴퓨터 꺼져버리고 잠은 미친 듯이 쏟아졌다. 그리고 9시쯤 잠들었고 6:30분에 일어났으니까 9시간 30분을 잤는데도 아침에 더 자고 싶었다. 바이러스 침투로 몸이 싸우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긴 했나 보다. 


오늘 출근하기 전 옷장 속 옷들이 되게 많아 보이긴 하는데 선뜻 내키는 옷이 없다. 일상적으로는 막 생각하면서 고르지 않는 타입이라서 그냥 편하게 입을 수 있는 게 좋은데 겨울에 하나 입을만한 게 많이는 없다. 특히 니트류. 그래서 오늘은 진짜 집히는 거 들었다. 준비 시간이 거의 10분밖에 없어서.


대행사 다닐 때는 옷이나 외적으로 굉장히 신경 쓰고 다녔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안 꾸미고 다니게 된다. 출근시간이 2시간이나 빠르기도 하고 여직원들과 느낌을 맞추게 돼서 그런 것도 있다. 혼자 너무 꾸미고 다니면 그게 질투심을 유발한다는 걸 아주 잘 안다. 여기 여직원들은 편하게 입고 다니는 분위기다.


연말인데 많이 연말 같지는 않다. 거리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거리는데 왜 연말 같이 들뜨지 않는 걸까. 나이가 먹어서 그런 건지 감흥이 없어진 건지 약간 서글픈데. 나는 러브액츄얼리나 나홀로 집에 같은 감성을 느끼고 싶다며. 세렌디피티처럼 목도리와 털장갑 끼고 핫초코 호호 불면서 마시는 그런 것 말이다. 


연말이라 다들 각자 나름의 계획들을 가지고 있다. 휴가를 내기도 하고 여행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보내기도 하겠지. 나도 계획들을 나름 잡았는데 뭔가 예전처럼 들뜨거나 하지는 않는다. 장소도 찾아서 예약하고 선물도 고르고 해야 되는데 이건 뭐 지금 아무 생각이 없다. 오히려 지금 내가 사고 싶은 게 많은데 뭘. 노로바이러스가 한차례 휩쓸고 가고 하니 정신이 쏙 빠졌달까? 그냥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며칠 전 할아버지 생신으로 외가 쪽이 오랜만에 다 모였는데 헛헛했던 것이 누구 하나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다들 뭔가 삶에 찌들어서 여유가 없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나를 투영한 것일 수 도 있지만. 2022년도 한 해가 또 이렇게 끝이 나려고 한다. 나름대로 나는 노력을 많이 했고 새로운 도전들도 했다. 이직에 성공했고 연애를 익혀갔고 경희대 와인과정을 우여곡절 끝에 끝마쳤다. 또 골프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고 재테크 짠테크 하며 현타 맞아가며 경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됐다. 책도 지금까지 읽은 것보다 많이 읽어서 책에 흥미도 키웠다. 


요즘은 나의 팔랑귀를 잠시 내려놓고 싶다. 다 내려놓고 온전히 나의 보이스로 살고 싶다. 올해부터는 데일리 루틴을 정해놓고 살고 있는데 가끔은 그런 거 다 없이 즉흥적으로 살고 싶다. 내가 INTJ이긴 하지만 아무리 J도 P이고 싶은 날이 있는 것. 내가 이렇게 연차를 안 내고 평안한 시절이 온 것만 해도 나는 기쁘다. 대행사 시절에는 연차를 안 쓰고 못 참았다. 쉬지 않고서는 이어 나가기가 너무 힘들었었다. 지금 회사는 업무도 빡빡하지 않고 스트레스도 거의 안 받아서 연차를 필요성을 좀 더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회사가 이렇게 평온한 곳이었나. 화요일에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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