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는 얘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FAC Dec 27. 2022

2022에서 가져가고 싶지 않은 것들 안녕


 자신을 알라세기의 명언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쉬워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싶다. 이유는 내가 나를  때는  3자의 객관적인 시각이 아닌 매우 주관적인 시점으로 바라보게 된다. 내가 어떻게 입고 먹고 말하는지도   없고(일부 예외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 내가 나를  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내가 아주 괜찮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확률이 있다. 나는  늦은 나이 때까지도 남들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야 그걸 알게 되고 조금씩 신경 쓰고 나를 바꿔나갔다.  모습이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지만 지금은 투페이스로 부캐를 가지고 살고 있다. 하지만 가끔씩은 그런  모습에 현타가  때도 있다. 지나치게 눈치를 보거나 숙이게   모습이 싫을 때가 있다. 너무 극단적인 다른 모습으로 설정한 탓일까?


얼마 전 옷장을 구매하고 나의 옛날 다이어리와 사진들을 정리하던 중에 나는 옛것, 추억에 집착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소중한 기억들이고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시간들이고 이야기이지만 지금과 앞으로가 훨씬 더 소중하고 내가 집중해야 하는 대상인 것을 알게 됐다. 어쩌면 내가 너무 과거에 머물고 얽매이고 붙잡고 있어서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물건들 중에는 가장 많은 것이 다이어리와 노트류, 사진, 티켓, 물품 순이다. 거의 찾아보지는 않지만 가끔씩 꺼내어 보곤 한다. 심지어 학교 자료들도 다 보관하고 있다. 정작 이걸 쓸데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 내가 전념했던 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 버릴 수가 없다.


그래도 이제 그런 감정이 들지 않는 것들은 이번에 많이 처분했다. 사진으로 남기고 물품들을 정리하고 팔 수 있는 것은 일부 팔기도 했다. 어쨌든 그 사실은 변하지 않고 내 마음속에 영원할 거니까. 그리고 전에 만났던 애인들의 사진이나 물건들도 일부 발견됐는데 나도 참 이런 것까지 왜 가지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소소한 물건들도 있었다. 나도 연애를 많이 한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만났던 사람들 중 내가 오래 만나고 감정을 많이 교환했던 사람들의 기억 또한 나의 일부가 되었고 소중하다. 비록 나와 현재를 함께 하고 있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내게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최근에 이런 것들이 누군가에겐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비로소 내가 당하고 나서야 알게 된 감정이다. 나는 늘 친구들에게 전 애인과의 사진이나 물건을 왜 굳이 버려야 하냐고 말하고 다녔는데 내가 지금 만나는 사람이 그걸 본다면 받을 상처가 얼마나 클지 이제 알게 되었다. 물건이라고 해도 알 수 없는 물건들은 상관이 없지만 사진이라던지 누가 봐도 이성이 준 선물 같은 건 어쩌면 버리는 게 현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생각보다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걸 다 버리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나도 조금씩 비워나가려고 한다. 나의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건 나와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계속 과거에 얽매여 있는 것뿐이라는 것.


사람들은 보통 상처를 크게 받는 이별을 한 뒤 트라우마처럼 남아서 벽을 치게 된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던가 먼저 호감을 표현하지 않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생각을 한다. 나는 둘 다 해당이 되는데 내가 먼저 호감을 표현한 것은 대학교 때 한 번이 전부다. 그때도 고백을 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제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내가 표현했을 때 거절당하면 그 상처가 너무 클 것 같다. 짝사랑을 한 적은 한 번 이상되지만 내 마음을 마음껏 표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한 번쯤은 그렇게 거절당하더라도 마음껏 표현해보고 싶다. ‘솔로지옥 2’를 보는데 김소이라는 여성 출연자가 첫 만남부터 계속 한 남자만을 바라보면서 자기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그 모습이 너무 용기가 있어 보였고 얼마나 자존감이 높으면 저렇게 자기 마음에 충실할 수 있을지 멋있었다.  


2023 앞둔 지금 안녕하고 싶은 과거에게 이별을 고하자. 눈치 보는  안녕, 지나치게 겸손한 척하는  안녕, 사랑에  사리는  안녕, 과거에 집착하는  안녕, 감정 표현 안 하는  안녕, 물건에 집착하는  안녕, 완벽주의 안녕, 감정기복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화요일의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