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를 주워먹기 위해?
나는 왜 퇴근할 때마다 마트에 들린다. 임하는 곳마다 아트가 되는 임아트. 동네에 있는 이마트가 전국의 매출 3위 안에 드는 곳이라고, 예전에 잠시 소매깃 스치며 사겼던 분이 말했었다. 이젠 검증할 수 없는 정보다.
임아트 님은 코딱지만한 동네슈퍼 사장들을 모조리 찾아내 "아직도 뜨거운 맛을 못 봤냐"며 혼을 내줘야 하므로, 12시까지 눈에 불을 켜고 성업중이다. 소문에는 어마어마한 부자라고 하는데 한달에 두번 밖에 쉬지 않는다. 근성이 있는 부자다.
밤 11시 30분에 간다해도 30분은 돌아다닐 수 있다. 우리는 노란 불빛을 찾아 몰려든 오징어 떼다.
살 것이 있느냐, 왜 가느냐고 묻는다면, 없다, 이유도 살 것도. 그냥 일종의 놀이라고 할까? 상당히 자본주의다운 놀이.
나는 남들 틈에 끼여 이것저것 오뎅봉지도 뒤적이고, 만두시식대에서 살 것처럼 연기를 하며 새침하게 맛도 보고, 신상품 세일이라는 말에 "아참! 우리집에 세제가 떨어졌지" 같은 설정샷 표정을 지으며 판매원 아주머니들을 현혹하기도 한다.
설령 꼭 사야하는 물건(회사에서 필요한 물건, 생필품)이 있다면 리스트를 정해 판매대로 돌진한 후, 물건을 장바구니에 던지듯 담으니 쇼핑이 10분도 안 걸린다. 쇼핑에 2~3시간을 쓴다는 건... 물건 사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노동이다.
대형마트는 일종의 피트니스센터다. 예전에 텔레비전에 어떤 젊은 남자가 나왔는데 100kg가 넘는 거구의 몸을 이끌고, 두유 한팩만 먹은 상태로 대형마트를 죽어라 돌아다녔더니 40킬로 이상 빠지더란 말을 했었다. 돈 안 들지, 볼 것 넘쳐나지, 냉난방 잘되지, 피트니스센터보다 훨씬 낫다.
희한한 인간군상들도 지하철만큼 많다. 아이가 불판의 오징어처럼 사지가 뒤집힌 채 발악하는 모습을 볼 때도 있고, 지금도 충분히 살찐 남편을 먹이겠다고 이쑤시개 하나에 만두 2개를 연달아 끼워서 급히 뛰어가는 분도 있다. 다들 비장하다. 원하는 걸 사달라고 조르며 바닥을 구르면서 투쟁하는 모습도,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여 사소한 만두에도 애정을 듬뿍담은 모습도, 세일 상품을 선점하기 위해 눈을 희번떡 하는 모습도.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임아트를 방문해서 몇 개의 층을 오간 다음, 천오백원짜리 오뎅 한 봉지를 들고 나온다. 품목을 그때마다 달라지지만 없다고 죽는 물건이 아니라, 있으면 편한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함민복 시인이 그랬지. 자본주의에서 돈을 쓴다는 건,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자본주의에서 무탈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임아트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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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써뒀던 글로, 6월인 지금은 안 간다.
시간이 돈처럼 아까웠다.
그리고 돈이 아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