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빛에 대하여
공항의 저녁은 늘 조금 늦게 온다.
낮의 소음이 아직 남아 있고
빛은 저물 준비를 하고 있다.
활주로가 보이는 쪽에 서면
시간은 혼자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날 나는
조금 이른 순서로 비행기에 올랐다.
아직 승객이 채워지지 않은 기내,
아직 움직이지 않는 비행기,
그리고 창밖으로 열려 있던 노을.
활주로 위의 해는
산 너머로 지는 해와는 달랐다.
속도가 느렸고
빛이 넓게 퍼졌으며
어딘가 망설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분명히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빛.
나는 그 노을을 보며
떠난다는 말보다
‘지나간다’는 말이 먼저 떠올랐다.
삶의 많은 순간이 그렇듯
우리는 도착도 출발도 아닌
그 중간에 더 오래 머문다.
그날의 이동은 조용했다.
소리가 적을수록
감정은 더 또렷해진다.
빠르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설명도 없었고,
누군가의 배려는
말없이 풍경을 열어주었다.
그래서 이 노을은
여행의 설렘보다는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따뜻했지만 가볍지 않았고,
아름다웠지만
웃고 싶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만 남겼다.
비행기는 출발했고
노을은 사라졌지만
이 장면만은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다.
먼저 지나갔기에
더 오래 머무는 저녁으로.
사진이 나에게 건넨 한 문장
“모든 저녁은 말없이 배려받은 순간에
가장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