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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취중진담 05화

취중진담

by 로그모리

의도와 다르게 인지하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과속 카메라.


과속 단속 카메라만 지나면

약속한 것처럼 다들 부스터를 쓴다.


기묘하다.

과속하지 않도록 설치한 것이

어째서 과속의 시작점이 되는지.


나는 이런 역설을 좋아한다.

이런 시선이, 짜릿하다.



시간이 쌓이며 들었던 표현들 중

충격적인 것들이 몇 있다.


비교적 최근, 아주 신선한 것이 있었다.

유기견, 유기묘 센터에 봉사를 가고 싶다는 대화.


아끼는 마음은 넘치지만

직접 케어할 수는 없는 상황.


그리고 의도와 달리, 충격적인 표현.

'봉사는 책임 없는 쾌락 이다.'


이 말을 듣고 진심으로 굳어버렸다.

한 순간, 내 생각 안에 깊게 박혔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책임 없는 쾌락은

내게도 너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이내 이 표현 안에 잘못된 것이 없다는 걸,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마음이 쓰이는 대로

모든 것을 부둥켜 안은 채 살 수 없다.


온전히 짊어질 수 없기에

순간조차 포기해야 하는가?


두렵다.

때로는 사소한 순간이 족쇄처럼 다가오니까.


반대로, 그럼 그 마음은 잘못인가.


마음을 품는 것이,

이를 표현하는 순간이 해가 되는가.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과 두려움이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한 번에 사라졌다.


'책임 없는 쾌락'


마음을, 순간을 그대로 마주하고

온전히 나눌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길게, 다정하게 설명하자면

'여건이 되는 한,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이정도와 비슷할 것 같다.

솔직히 맛 없다.


한 순간에 뇌리에 박혀,

스스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표현과 다르다.


표현이 친절하지 않으면 어떤가,

누군가에게 행동할 용기가 된다면.


스스로의 쾌락을 위해서면 어떤가,

누군가의 삶에 희망을 준다면.



물론, 표현하는 방식은 아주 중요하다.

전달할 수 있는가 역시 중요하다.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


때때로 부스터 가 되더라도

신경쓰게 되고, 속도를 줄인다.


책임 없는 쾌락이면 어떤가,

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시간이 쌓여갈수록,

아는 것이 늘어갈수록 고민도 많아진다.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순간들이

단순하게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용기와 시작은 단순하게.

내가 즐겁다면 그 뿐.


'책임 없는 쾌락' 은

나를 행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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