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취중진담 03화

취중진담

by 로그모리

굳이..? 싶은 순간.

나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


돌아보면 굳이 싶은 순간 내딛었을 때

임팩트 있는, 경험들이 쌓였다.


어쩌면 분기점으로,

어쩌면 추억으로.



나이가 들어갈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삶은 동영상처럼 흐르지만

기억은 사진처럼 남는다.


익숙해지는 것들이 많을수록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적어진다.


아마 나이가 들어감은

익숙함에서 오는 편안함과

지난 시간들의 추억이지 않을까.


언제나 첫 순간은 강렬하고

반복은 익숙함을 만든다.



직업적인 측면으로 보면

나는 꽤나 다양한 변주를 주며 살았다.


장르로 봤을 때는 연결될 수 없는

수많은 장르를 오고 갔다.


하지만 장르와 별개로,

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은 항상 비슷했다.


굳이? 라는 생각이 들 때

한 걸음 더, 시도 해본 순간들.


시간이 쌓여갈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오히려 내게 남은 시간들은 의문이 들 때였다.


지금의 나는

굳이 의 역사다.



굳이 이런걸 해야돼?

굳이 이렇게 까지 해야돼?

굳이 지금 해야돼?


안 해도 된다.

선택이니까.


지금의 나는 너무도 반갑고 설렌다.

어? 지금인가?


본능적으로 내가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굳이 라는 생각이 변곡점이라 여긴다.


이유는 붙이기 나름이다.

좀 더 편하게 핑계라고 하자.


다만, 하지 않음의 핑계가 아닌

행하는 것으로의 핑계.


배신한 적이 없다.

의문이 드는 때 행한 모든 경험은.


어떤 방향으로든 내게 진하게,

깊게 새겨졌다.


이러니 '굳이' 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예 라고 할 수 있는 용기.


광고로 나왔던 멘트다.


나는 이것이 개인에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스스로 떠오르는 질문에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것.


의문 자체로 이미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왜? 라는 한 단어는 수많은 이야기를 내포한다.


아마도 삶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리라.



새삼 다짐하게 된다.

굳이? 싶은 순간이 오면 붙잡기로.


잠시 숨을 고르고, 왜?

진심으로 생각해보기로.


호기심, 책임감, 의무, 흥미 등

이유나 핑계는 얼마든지 많다.


스스로 반응하는 순간은

많지 않다. 아주, 귀하다.


나에 대해, 나를 위해.

자연스레 올라오는 순간을 잡자.



지금 이 글을

왜? 굳이? 읽는가.


굳이, 왜.

볼 지도 모르는 글을 쓰고 있는가.


아무렴 어떤가.


이 순간 자체로 이미 충만한 것을.

keyword
이전 02화취중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