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내기

by 로그모리

가장 치사율이 높은 말의 증상은

'산통' 이라 불리는 것이다.


쉽게 표현하자면 소화불량.

방치하면 장이 막혀서 폐사한다.


전조 증상이 없이 갑자기 찾아오고,

눈치챘을 땐 이미 늦어버리기도 한다.


증상을 눈치채면

'무조건 살린다.' 는 생각만 남는다.



말은 대화를 할 수 없으니

정확한 증상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럴 때 눈을 본다.

눈 안에는 아픔도, 상황도, 의지도 담겨있다.


산통을 해결하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냅다 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탈진해서는 안되지만,

움직일수록 장 운동이 촉진된다.


섬세하게 지켜보며

마음을 담아 운동을 시킨다.


변의 상태, 말의 상태를 보며

약을 먹이고, 포카리스웨트를 먹이기도 한다.


결국 살아남는 말들은

나의 관심과 스스로의 의지가 이루어낸다.



무너져버린 사람은 말과 비슷하다.

이성적인 판단 대신 본능만이 남는다.


그런 눈을 봤던 기억들이 있다.

물론, 거울 속에서도 마주했다.


방법을 모를 때는 알아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피하고 싶어진다.


지난 순간들에서는 공감은 하되

아쉬움이 남기도, 스스로 무너트리기도 했다.


도움을 받기도 했으나

스스로의 의지가 무너진 때는 와닿지 않았다.


우리의 두려움은 그렇다.

이성적인 생각과 판단을 마비시킨다.


어찌저찌 흘러가는 시간은 고통을 완화시킬 순 있으나,

불편함이 걷어질 만큼의 해결은 어렵다.


지금의 나는 용기 내어 받아들이려 한다.

'나 지금 말이구나. 힘들구나. 돌봐줘야 하는구나.'



진정으로 위해주는 조력자가 있다면,

너무도 감사한 일이다.


다만 받아들이려는 나의 의지가 중요하다.

들으려 해야, 들을 수 있다.


조력자가 없어도 괜찮다.

인간으로서 가장 유리한 점은, 스스로에게 대화를 건넬 수 있음이다.


내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면 된다.


물론, 어렵다.

하지만, 시도는 해볼 수 있다.


그저, 살면 된다.



기운을 차리고 살아나는 말들은

눈빛부터 돌아온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생긴다.

죽음의 냄새를 맡아 달라붙던 파리도 날아간다.


나는 더 관심을 주며 살뜰히 보살피려 한다.

깨끗한 물, 쾌적한 환경, 소화할 만큼의 먹이.


어느 날엔가, 다소 소홀해질 수도 있다.

괜찮다. 중요한 것은 지금 살아낸 것이니까.


살아낸다는 건 그리도 쉽지 않은 것이다.

동시에 아주 대단한 것이다.


단순하다.

오늘도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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