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믿어주기

by 로그모리

신뢰는 주고 받는 것이다.

말과 나 사이에서도 다르지 않다.


서로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주하고,

서로 경계하며 시작한다.


내가 주는 믿음만큼

말은 나를 믿고 따르며,


말이 주는 믿음만큼

나는 말을 믿고 움직인다.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는

걱정과 불안, 두려움을 안고 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홀로 생각할 때도 그러한데,

심지어 서로를 마주하게 한다?


쉽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단순한 이치를 품고 있다.


먼저 건네는 만큼,

돌아오게 되어 있다.



실제로 승마를 할 때는

매 번, '간 보기' 를 한다.


당연하게도 말과 나 서로 그러하고,

상대가 간 보는 것 또한 느껴진다.


처음에는 괜히 화가 나기도 했다.

감히? 말 주제에 나를?


물론 지금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타는 사람도 달라지고, 적응해야 하기에.


이해를 통해 마음이 유연해지고 나니,

나의 행동도 부드러워졌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호흡을 맞춰간다.



지금 보면 별 것 아니지만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손을 놓고 말을 타는 것.

방향도 바꾸고, 멈출 수도 있다.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한 후,

꼭 해보리라 다짐했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중심은 무너지고, 제어는 불가했다.


의심으로 가득해질 무렵,

그냥 될 대로 되라지, 잘 부탁해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내 거짓말처럼

나는 손을 놓고 말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믿음의 문제였다.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힘을 뺏기에 가능했는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내가 말을 믿은 순간

말은 나를 믿고 따라주기 시작했다.



물론, 역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설명이 아닌 실전에선 적용이 어렵다.


내 등에 업혀 있는 아이가 편한지, 불편한지

업고 있는 나는 자연스레 느낀다.


말과 나 사이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농담처럼, 진심으로 이야기한다.

말한테 마음으로 얘기를 하면 듣는다고.



두려움이 느껴질 때 스스로를 분리한다.

두려운 나, 그리고 말하는 나.


그리고 먼저 이야기를 건넨다.

나는 널 믿어. 해낼 수 있어.


당장 전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연하다.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니.


하나 분명한 건, 지속적으로 건네는 믿음은

결국 믿음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분석과 행동은 다르다.

그리고 무엇이 그리 중요한가.


나는 나를 믿어보고,

아님 말아도 되는 것 아닌가.


몸도, 마음도 힘을 빼고 내려놓았을 때

비로소 유연해지고 받아들일 수 있다.


신뢰는 '주고' 받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먼저 믿음을 건네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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