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집 가고 있어."
'응, 고생했어. 힘들진 않았어?'
"조금 피곤해. 나 노래 들으면서 갈게.
집 가서 연락할게요."
'응 알겠어! 조심히 들어가요.'
...
'잘 도착했어?'
...
'자..?'
...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분명 집 도착해서 연락 준다고 했는데.
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만큼 매력적인 사람을 가만 둘 리가 없다.
혼자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딴 사람이랑 연락하느라 바쁜 건가?
말 못 할 다른 약속이 있나?
나는 잊히는 존재인 건가?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너무도 매력적인 존재이기에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이 바라보게 된다.
모두에 눈에도 이쁘고 귀엽게 보일 것 같고
그렇기에 더욱 신경 쓰이고 마음을 졸인다.
이내 생각은 걱정으로 치닫는다.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아픈 건 아닌지.
물론, 그전에 못난 생각부터
잠시 들러보고자 한다.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
너무도 매력적인 사람이 나를 만난다.
이 자체가 믿기지 않았고
종종 오류를 일으켰다.
단순하게 말하면,
의심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리 없다는 듯
나는 부정하기 바빴다.
그만큼 나에 대한 이해도,
자신도 없었다.
그대를 더 좋아했다는 사실이기도 하나
그 표현이 못난 방법이었기에.
떠올려보면 아찔하고,
소름이 돋는 순간들이 있었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아, 이유는 하나뿐이구나.
내가 부족한 탓이다.
매력이든, 성향이든, 재력이든 뭐든.
내가 부족하기에 채우기 위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겠구나.
지금의 나는 다소 단순해졌다.
내가 채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안다.
선택지를 보여줄 뿐,
더 이상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좋게 보면 내게 중심이 잡혔다 볼 수 있고
나쁘게 보면 내려놓았다 볼 수 있다.
확실한 건, 더 이상 무의미한 불안감은
내게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린 마음에 들던 의심과 불안은
결국 걱정의 영역이었다.
연락이 안 되는 시간을 기다려 본 적 있나.
오만가지 상상을 한 후, 이내 미쳐간다.
인신매매, 납치, 감금,
심장마비, 기절, 실족 등.
그대의 안위가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나의 뇌 안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지나가는 시간은
다음 날의 연락으로 씻겨나가는 듯 보였다.
"어제 피곤해서 잠들었어. 걱정했지, 미안."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애타는 시간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몸에 남았다.
그래도 괜찮다.
그대만 괜찮다면.
나의 불안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탓이었고.
그대에게 의지하는 삶의
그림자로 생겨났다.
다시 보면
그대가 너무도 좋았기에.
나 보다도 그대를 먼저 생각하기에,
불안은 나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나보다도 먼저 그대를 생각하던 마음만
조심스레 떠올려 보자.
그날의 불안은 나의 관심을 보여준다.
심리학에서는
가까운 사람을 나와 동일시한다고 한다.
나를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봄으로
가까운 이에게 따스함을 전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