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중진담

by 로그모리

중2병.


돌아보면 나의 역사는

대개 중2병 스러움의 연속이다.


오른손의 흑염룡이 울부짖지만

혼자 조용히 삭힐 때가 많았다.


때로는 문드러졌고

때로는 단단해졌다.


아마 지금의 나 역시도

먼 훗날 흑염룡의 영향일지도.


그럼에도 이 흑염룡, 매력적이다.



스스로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할 무렵

나는 다름에 눈 떴다.


살펴보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아무리 봐도 전혀 다른 내가 섞여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의심하고 책망해 봤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전히 나는 다른 것 같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는 이 독창적인 존재가 꽤 마음에 든다.



또라이네,

미친놈이네.


내게는 이 표현이 짜릿하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성스러운 표현인가.


너 굉장히 독창적이구나!

너 특별한 사람이구나!


를 그들의 언어로 말해주는데.


어릴 적 잠깐,

나는 이 말을 들으려 노력해 봤다.


너무도 짜릿한 이 도파민을

느끼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아 지금은

똑같다.


짜릿하다.

정말로.



기괴한 행적을 이어가더라도

내게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


피해 주면 안 되고,

나를 향할 것.


이런 축복도 없으리라.

내게 미친 짓을 했을 때 내가 즐겁다니.


훗날의 나는 어찌 생각할지 모르나

아마 그 친구도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


별 거 있나.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걸.



나의 생각들이,

나의 행동들이 소중하다고 느낀 건 얼마 안 됐다.


생각으로, 상상으로 채우던 것들을

행동으로, 삶으로 이루어내며 다가왔다.


때로는 몸서리 칠만큼 부끄러웠고

때로는 오 이럴 수가 싶을 만큼 자랑스러웠다.


이러든 저러든,

결국 결과로 만들어 행동했을 때 느낀다.


쉐도우 복싱이라 할지라도

직접 움직여봐야 이해하고 남겨진다.


브루스 리, 이소룡은 말했다.

'나는 천 가지 발차기를 한 사람은 무섭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발차기를 천 번 한 사람은 무섭다.'


내 안의 흑염룡은

이렇게 갈고닦아왔다.



10대의 내가,

20대의 내가,

30대의 내가.


같은 말을 해도

담기는 깊이는 달라진다.


때로는 성숙함으로 깊어지고

때로는 순수함으로 깊어진다.


이 차이를 알고 나서는

나의 모든 순간이 소중해졌다.


나는 어떤 마음을 남길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는 걸까.


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광경인가.

나는 이토록 예상치 못할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나의 흑염룡은 끝없이 유영한다.

가끔 보면 얄궂고 흥미롭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나와 지극히도 가까운 존재라는 것.


어느 날, 견디기 조차 힘들 때

나는 이 친구를 간절히 찾는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가소롭군 인간. 크킄.


그래, 별 거 있나.

가소롭게 여기고, 즐거이 살면 될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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