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와 아이들 - 말 귀신
무언가에 빠질 때는,
분기점이라 불리는 순간이 있다.
승마에도, 이런 순간이 있다.
'말 귀신' 이 들리는 순간.
간혹, 부모님들이 와서 이야기할 때가 있다.
'애가 잠도 안자고, 밤새 말 영상을 봐요.'
듣는 순간 부터, 나는 유심히 본다.
말 귀신이 들렸나?
우리가 흔히 신이 들렸다고 하는 표현은,
생각보다 현실적이다.
무언가에 몰두하고,
미친 듯 몰입하는 순간들.
나는 그 모먼트를 볼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다른 생명체와 교감한다는 느낌은,
생각보다 이상하고 매력적이다.
비유조차도 하기 어려운 느낌.
실제로 현존하는 유일한, 동물과의 스포츠니까.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고 썸을 탈 때 쯤,
머리 속에 들려온다.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거다.'
(안 마시면?
볼일 없는 거지, 죽을 때 까지.)
매력을 느끼고 다이빙 할 지,
적당히 거리를 둬야 할 지.
흔히 표현하는 밀당이,
말과 사람 사이의 케미스트리로 표현 된다.
스스로 느끼고, 결정한 아이들은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고 발전한다.
나는 당황스럽지만,
동시에 가슴에서 부터 끓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즐기는 자 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저 말 사진만 봐도 꺄르륵 웃는 존재를
그 누가 넘어설 수 있을까.
행복해 하는 존재를 바라보면,
나는 새로이 열정이 차오른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것을 주고 싶다.
아름다운 열정을, 유지해주고 싶다.
미쳐 있을 때 보이는 느낌은,
대체 불가 하다.
무한히 솟아 나는 에너지,
범접할 수 없는 순수함.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일 때,
환청이 들린다.
말이 이야기 한다.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거다'
이 모습을 직관할 수 있는 내가,
정말 축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언가에, 이야기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