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은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디지털디톡스 #002

by 최기훈

그렇다고 갑자기 휴대전화를 없애거나 카카오톡을 탈퇴할 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나는 모든 알림을 꺼버렸다. 처음에는 의도치 않게도 불안(FOMO)이 몰려왔다. 혹시 중요한 연락을 놓친 건 아닐까? 나를 찾는 메시지가 없는 건 아닐까? 알림창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단순한 사실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새로운 경험이 찾아왔다. 공부할 때 집중이 길게 이어졌고, 산책 중엔 주변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무엇보다도, 누군가의 알림에 의해 끊기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 주는 평온이 있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flow)’의 전제조건 중 하나가 바로 이 ‘끊김 없음’이다. 우리의 뇌는 작업에 완전히 들어가기까지 최소 15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데, 알림을 확인하고 돌아오면 다시 몰입하는데 15분이 소요된다.


이러한 방해를 없애면 비로소 우리는 긴 호흡의 삶을 살 수 있다. 마치 파도타기와 같다. 파도는 작은 물결에 흔들리면 탈 수 없다. 일정한 리듬을 타고, 몰입이 유지될 때 우리는 가장 자연스럽게 앞으로 나아간다. 디지털 디톡스는 그 리듬을 되찾게 하는 첫걸음이다. 알림의 불빛이 사라진 자리에서, 나는 오히려 내 내면의 불빛을 더 선명히 보게 되었다.


잠시 끊는 것이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결을 더 깊게 만드는 조건이다. 알림에 의한 얕은 대화 대신, 내가 먼저 시간을 내어 건네는 만남이 더 따뜻하다. 온라인에서 끊김이 있었기에 오프라인의 대화가 진심을 담을 수 있다.



오늘의 질문/실천 팁

오늘 하루, 모든 알림을 꺼두고 지내보라. 그 불안과 해방감을 동시에 관찰해보자.

메신저 대신, 내가 먼저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깊은 연결’은 언제나 스스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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